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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발끈' 개미단체 "시장조성자, 현대판 계급제"

  • 2020.04.02(목) 11:40

정의정 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인터뷰
"공매도와 시장조성자, 불공정한 게임"
자본시장 개선 위해 시스템 대수술 제안

코로나 폭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며 지켜본 것이 공매도(空賣渡)다. 공매도란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것이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 주식을 미리 팔아 치우고 며칠 후 같은 수량의 주식을 사들여 갚는 방식이다. 주가가 급락하면 할수록 차익을 많이 남길 수 있다.

공매도 세력은 최근 폭락장에서 기승을 부려 논란이 되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를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반면 개인 투자자들만 주가 급락으로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 가운데 가장 목소리를 크게 내온 단체가 있다. 개미(개인 주식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해 작년 10월에 출범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란 곳이다. 시민단체인 경실련에서 파생한 한투연은 지난달초 정부의 공매도 규제 방안에 반대하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부 과열 종목에 대한 규제가 아닌 모든 종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못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금융위는 주식 시장의 폭락세가 거듭되자 사흘만에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 시장조성자는 특수계급, 개미는 천민

지난달 27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금지뿐만 아니라 시장조성자 제도 또한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 조성자란 주식 매수·매도 가격을 제시해 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주로 증권사가 참여한다. 거래소는 주식시장의 유동성 공급 등을 위해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에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정 대표는 시장조성자 제도가 일부에게 특혜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그는 "법은 어느 일방에게 유리하면 안 되고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며 "시장조성자 제도는 허울은 좋으나 실제로는 기관과 외국인에게 특수계급 신분을 부여하고 개인 투자자는 천민으로 만드는 현대판 계급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의 룰은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지만 축구에서 골키퍼가 두 명인 기관, 외국인과 골키퍼가 없는 개인 투자자의 경기는 늘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조성자 제도를 폐지하든가 아니면 개인에게도 시장조성자에 대응하는 동일한 특혜를 주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 시세조종 수단 등 악용 우려

시장조성자 제도 역시 시세조종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정 대표는 "시장조성자에게는 업틱룰(up-tick rule·공매도로 주식을 매도할때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을 부를 수 없게 한 제도)이 적용되지 않고 공매도 금지 종목에도 공매도를 할 수 있다"라며  "거기에 거래세가 면제돼 마음만 먹으면 자전거래, 통정거래를 통해 시세 조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시장조성자는 언제든 공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주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라며 "개인은 여기에 대항할 아무런 무기가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주식시장이 국민 자산 증식의 보고가 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주식회사 제도와 증권시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공유시스템"이라며 "자본시장은 우리의 일상과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나라의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자본시장이 잘 돌아가면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다"며 "공매도 활성화로 일부만 수익을 내는 현재의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 시장 참여자 모두가 수익을 내는 시스템으로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정부 및 금융당국의 인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고위공직자와 정치인 중 다수가 주식을 한다고 하면 투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자본시장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시장조성자 제도와 관련해 한국거래소측은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없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조성자에 대해 예외를 두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다른 금융 선진국에서 마찬가지"라며 "시장조성자는 가격이 급변할 때 물량을 받아줌으로써 가격 변동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 사례를 들며 "그리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에서도 한시적으로 1~3개월 정도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시장조성자는 하나같이 예외로 뒀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조성자는 매도와 매수를 상시적으로 하기 때문에 공매도를 한다 하더라도 항상 매도, 매수호가를 같이 내서 양방향으로 체결한다"며 "따라서 매도 포지션이 금방 다시 정리된다(숏커버링)"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에 투기적인 공매도와는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가격 하락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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