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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꼬인 CB 시장…기업·주주들 '속 탄다'

  • 2020.05.07(목) 15:37

올해 CB 발행 3조원 육박해…조기상환 신청 쇄도
신규 자금조달 난항…유증 전환시 기업·주주 손해

코스닥 상장사 A 업체는 최근 신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3번의 전환사채(CB) 조기상환(풋 옵션) 청구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급한 불은 껐지만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CB 규모가 상당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락한 주가에 CB 풋 옵션 행사가 줄을 이으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외 경기가 위축되면서 신규 투자가 멈춰섰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자금 경색이 지속되면 기업, 투자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중소 상장사들은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주식 발행을 통해 필요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때 발행하는 신주만큼 지분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주주들 입장에서도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 코벤펀드 출시 이후 CB 열풍

6일 코스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발행된 CB는 총 2조68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발행액 5조1878억원의 약 40%에 육박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상반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발행 규모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CB는 발행 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즉, 주가 흐름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거나 만기에 이자를 받고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CB 발행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지난 2018년 4월 출시된 코스닥벤처펀드(코벤펀드)가 자리하고 있다.

코벤펀드에 3년 이상 투자하면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동시에 연간 최대 300만원의 세제혜택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코벤펀드의 매력이 부각되자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이 CB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자금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은행을 통한 대출이 아니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없었다. 여기에 만기가 도래하면 이자를 붙여 상환해주고, 중간에 주식전환 청구 요청이 있으면 주식으로 바꿔주면 되는 등 발행사와 투자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CB 발행량이 크게 늘었다.

◇ '코로나' 암초에 조기상환 쇄도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주가 하락에 따른 풋 옵션 행사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CB 조기상환을 공시한 기업 수는 이달 4일까지 총 243개사다. 지난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공시한 218개사를 이미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CB에는 풋 옵션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통상 1년 뒤 행사 권한이 부여되고 CB 발행 당시 약정한 조기상환일 1~2달 전에 풋 옵션 청구를 해야한다.

풋 옵션 청구 요청이 들어오면 조기상환일까지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상환액 만큼 CB를 발행(차환발행)한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채권을 되사주는 형식으로 기업들은 만기를 연장한다.

문제는 신규 투자자 모집이 예전 같지 않다는데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투자자들의 풋 옵션 행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신규 투자 집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시장에서 CB 발행을 희망하는 기업은 많지만 신규 투자집행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신규 투자 자체를 아예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피해는 기존 주주들 몫

기업들이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차환 발행에 실패할 경우 회사 자금 사정도 어려워지지만 해당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CB 발행이 막히면 자금을 구할 수 있는 대안은 유상증자밖에 남지 않는다. CB를 발행한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기업 신용도가 낮아 은행 대출이 어렵거나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자금만큼 발행한 신주로 인해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해지는데 이에 대한 피해는 주주들이 떠안아야 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호재, 악재 구분 없이 투자 집행이 안되는 상황이라 대안으로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유상증자가 유일하다"며 "지속적인 차환발행 실패는 기업뿐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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