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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뉴딜펀드는 정말 'New Deal'이 될 수 있나

  • 2020.09.07(월) 15:17

시작부터 원금보장 논란에 관제펀드 재현 우려 불거져
불명확한 투자대상·수익률…기본취지 의문도 해소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함께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관련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정부와 여당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성되는 '국민참여형 뉴딜펀드'가 시작부터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당정이 마음만 급한 나머지 구체적인 청사진은 마련하지 않은 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우리나라 경제·금융정책을 이끄는 두 수장을 전면에 내세워 알맹이가 빠진 펀드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뉴딜펀드는 '디지털'과 '그린(환경)'을 미래 먹거리로 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으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펀드는 크게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 등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요. 기존에 있었던 인프라펀드와 민간이 알아서 운용하는 민간 뉴딜펀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정책형 뉴딜펀드를 한국판 뉴딜펀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기본 뼈대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7조원을 출자해 엄마(母) 펀드를 만들고 민간에서 13조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총 20조원 규모의 자식(子) 펀드를 만드는 겁니다. 자식 펀드들은 정부의 기본 가이드라인에 따라 뉴딜 관련 기업과 각종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됩니다.

금융위는 13조원에 이르는 민간 참여금의 대부분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의 금융회사와 연기금이 담당하고 일반 국민이 공모(사모재간접펀드) 형식으로 참여하는 금액은 최대 1조원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골격 자체만 놓고 보면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왜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와 비슷한 '관제펀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을까요.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원금 보장 여부를 둘러싼 정부의 '말 바꾸기'입니다. 

정부는 지난 3일 뉴딜펀드 조성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정책형 뉴딜펀드 운용 시 정부 자금과 정책금융이 평균 35%까지 손실을 흡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사실상 원금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죠.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설명 자료를 통해 '뉴딜펀드의 정부 손실 부담 비율은 기본 10%로 하되 필요에 따라 정책금융기관과 협의해 추가 부담을 검토하겠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습니다. 손실 부담 비율을 대폭 줄인 것에 대해선 펀드 구조를 설명하다 발생한 오해라고 다소 궁색한 해명을 내놨죠.

금융권에선 결과적으로 국민 혈세로 원금 보장 약속을 하는 게 아니나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물며 국공채펀드도 원금 보장을 명시하지 않는데 애초부터 원금 보장을 거론한 것 자체가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유가 어찌 됐든 원금 보장을 직접 언급한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은 머쓱하게 됐고 '원금 보장이 되는 국민 재테크 상품(당정이 이렇게 홍보했습니다)'은 출발부터 김이 좀 샜습니다.

뉴딜펀드는 아직 투자처와 투자 방식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예시로 든 투자 대상은 ▲그린 스마트 스쿨과 수소충전소 구축 등 뉴딜 관련 민자사업 ▲디지털 SOC 안전관리시스템과 신재생에너지 시설 등 민자사업 외 뉴딜 인프라 ▲수소·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등 뉴딜 관련 프로젝트 ▲뉴딜 관련 창업・벤처기업, 중소기업 및 주력 기업 등인데요. 아직 뚜렷한 투자 가이드라인이 없습니다.

예시로 든 투자 대상은 대부분 정부의 정책 수립과 집행, 법안 통과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구체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현 정부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뉴딜펀드가 제 모습을 갖출지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한 통일펀드 관련 상품들이 정권 교체와 더불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부정적 시각은 고스란히 펀드 성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정부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인 연 '1.5%+α(알파)'를 뉴딜펀드 수익률 기본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펀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반투자자들이 혹할만한 수익률을 제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수익률 역시 달성 여부가 불확실합니다. 뉴딜펀드의 투자처는 대부분 공공 인프라 사업으로, 특성상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죠. 

설사 목표 수익률을 얼추 달성하더라도 일반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지는 미지수입니다. 1.5+α 수익률은 일부 시중은행들의 우대금리 포함 1년 정기예금 금리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2%에 육박하는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 금리와 비교하면 꽤 낮은 수준이죠.

세금 보전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가 수익률을 좇아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할 확률은 낮기에 기대 수익률은 높지 않을 전망입니다. 수익률이 매력적이지 않은데다 장기 투자해야 하는 펀드에 여윳돈이 넉넉하지 않은 일반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작습니다.

일반투자자들만큼이나 금융권의 자발적인 참여도 뉴딜펀드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기본적으로 금융권은 뉴딜펀드의 구조 자체가 시장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펀드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이를 떠안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사모펀드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펀드 손실 발생 시 자칫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고 금융사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감지됩니다.

업계에선 아예 뉴딜(New Deal)펀드의 조성 취지에 대해 원론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뉴딜펀드 조성 계획 발표와 더불어 나온 한국거래소의 K-뉴딜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면면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장하는 뉴딜펀드의 핵심은 미래 신성장 분야, 그 분야에 속한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자는 것일텐데 뉴딜지수에 포함된 기업을 보면 대부분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곳들"이라며 "기존 기업들에 자금이 유입되는 게 과연 뉴딜펀드의 조성 취지에 맞는 건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푸념했습니다.

기재부는 한국판 뉴딜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New) 변화시키겠다는 약속(Deal)'이라는 문구를 가장 앞에 내걸었는데요. 정부가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약속이라는 취지에 맞는 뉴딜펀드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앞서 거론한 금융권과 국민의 각종 우려와 불신을 불식시키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만한 묘수를 찾아내야 하는 커다란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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