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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옵티머스에 가린 호실적…올해는 그림자 떨쳐낼까

  • 2021.02.04(목) 15:14

작년 연간 실적 사상최대 속 4분기 어닝쇼크 '삐끗'
옵티머스 충당급 적립 지속…CEO 징계 수위 촉각

자기자본 2위 NH투자증권이 작년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동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연간으론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옵티머스 리스크가 발목을 잡으며 증가폭을 크게 키우지 못했다.

올해 역시 옵티머스 관련 충당금 적립 부담이 여전한 데다 이로 인해 정영채 대표의 중징계 가능성도 불거지면서 NH투자증권에게 뼈아픈 불명예를 안긴 옵티머스 지우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 4분기 어닝 쇼크…옵티머스 충당금 진행형

NH투자증권은 최근 지난해 연간 연결 순익이 5769억원으로 전년대비 21.1%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36.8% 증가한 7873억원을 기록했다. 브로커리지와 금융상품 판매, IB 부문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며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다만 여타 대형 증권사들과 비교하면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최근 잠정실적을 내놓은 미래에셋대우(8138억원)에 한참 뒤처지는 것은 물론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나란히 5000억원대를 기록하며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만 놓고 보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4분기 연결 순익은 756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인 1300억~1400억원대를 크게 밑돌았다.

여기에는 옵티머스 관련 충당금 320억원에다 해외 자산과 헤지펀드 자회사 평가손실 및 손상차손이 반영된 것이 작용했다. 옵티머스 충당금으로 순익 규모 앞자리 숫자가 바뀐 셈이다.

더 큰 부담은 올해 내내 충당금 적립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은 3개 분기 연속 옵티머스 충당금을 쌓으면서 작년 4분기 별도 기준 기타손익이 9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옵티머스 누적 충당금 규모는 전체 판매잔액 대비 30%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 4분기까지 1300억원가량 적립됐고 총 판매잔고가 43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를 다 충당금으로 적립하진 않더라도 상당 부분 남은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에게 가입 규모에 따라 원금의 30~70%에 해당하는 자금을 지원하는 유동성 공급안을 의결한 바 있다. 투자금액 3억원 이하 가입자에겐 원금의 70%, 10억원 미만 가입자에겐 50%, 10억원 이상 가입자에겐 40%를 지원하고 법인의 경우 10억 이상인 경우 30%만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3억원 미만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77%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다수의 투자자가 원금의 70%를 선지원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유안타증권은 "누적 규모가 크지 않아 향후 추가 적립이 없을 것으로 예단하기에는 시기 상조"라고 판단했다. 케이프투자증권도 "매분기 이어지는 관련 이슈에 대해 충당비율이 30%대에 불과하다"면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업황 호조와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 주가 부진을 만든 리스크 요인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올해도 거래대금 증가로 인해 증권사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고 NH투자증권도 수혜를 누리겠지만 추가 충당금 적립이 이를 일부 반감시킬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보수적인 비용 적립이 리스크 해소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지만 추가 충당금이 예상보다 적어 추가 적립 가능성이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 정영채 사장, 징계 수위 여부 촉각

옵티머스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대체로 견조한 실적을 거뒀지만 옵티머스 그림자는 결국 CEO 리스크로도 번지게 됐다.

오는 18일 옵티머스 펀드 사태 책임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릴 예정으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외에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과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가 논의된다.

이 가운데 사실상 사태의 중심에 있는 NH투자증권의 경우 옵티머스 펀드 판매액 4327억원 가운데 전체 환매 중단 금액의 84%에 달하면서 대표이사 징계가 불가피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미 이달 초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해 3개월 직무정지 제재안을 사전 통보한 상태로 최종 제재 수위는 조정될 수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으로 나뉘며 문책경고 이상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앞서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의 경우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기존에 예상됐던 직무정지를 면하고 문책경고에 그치며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라임 사태 때와 달리 운용사의 위법행위를 사전에 인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라임 때와 동일한 징계 수위가 적용된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경우 오히려 기망을 당한 피해자이고 직접 검찰에 고발해 시장 피해확산을 막았다"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라임 때와 동일한 수위를 제재가 내려졌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예탁결제원과 하나은행의 경우 기관 차원의 징계가 논의되고 NH투자증권만 CEO 징계가 사전통보되면서 불합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18년 3월부터 NH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정영채 사장은 김원규 전 대표에 이어 NH투자증권의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았고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통상 연임 시 1년씩 새 임기가 주어지는 것과 달리 정 사장의 경우 지난해 2년을 보장받아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NH투자증권은 직무정지 통보 등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으며 향후 제재심 등에 성실히 임하고 적극 소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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