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1분기 어닝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한 가운데 긍정적인 증시 전망이 잇따르면서 다음 주 증시 향방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유입에 힘입어 박스권 탈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으로 미국에서 법적 분쟁을 벌였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을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 LG-SK, 바이든 거부권 행사 결정 하루 앞두고 전격 합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전격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 역시 소식통을 인용해 양사가 합의함에 따라 예정대로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 건설이 가능해졌다며 일자리 창출과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원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 시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앞서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 대한 최종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SK이노베이션에 10년간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양사의 극적인 합의에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중재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와 SK의 배터리 분쟁이 일단락된다는 소식은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1분기 '어닝시즌' 본격 개장
삼성전자, LG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1분기 어닝시즌이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1분기 연결기준으로 9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1조517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실적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도 덩달아 상승 기류를 타는 모습이다.
여타 기업들의 실적발표는 4월 넷째 주부터 본격화될 예정으로 현재 1분기 실적 전망은 상향 중이다.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달 말 43조9000억원에서 현재 45조2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가량 높아졌다.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입도 기대된다. 기업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가속이 붙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회복 전망이 나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투자 확대 요인 중 하나다. 지난 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개월 전보다 0.5% 포인트 올린 3.6%로 조정했다.
◇ 국민연금, 국내 주식 '자동매도' 줄인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자동 매도를 줄이기로 결정한 것도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제4차 회의를 열어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유지 규칙(리밸런싱) 검토안을 심의하고 전략적 자산배분(SAA)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상향했다. 자동적으로 매도되는 규모를 줄어들게 하는 취지다.
국민연금이 목표 비중 유지 규칙을 변경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 증권가, '박스권 상단' 돌파 전망
증권가는 앞다퉈 국내 증시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을 중심으로 박스권 상단 돌파를 타진할 전망"이라며 "다만 주식시장이 보다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기 위해서는 개인 자금의 적극적인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개인 자금은 2950~3150포인트 범위에서 박스권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앞서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수했던 지수 레벨(3100~3200포인트)을 돌파하면 개인들이 박스권 매매 패턴을 넘어 추세 추종 매매 패턴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도 '2021년 하반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코스피 지수 전망치로 3630포인트를 제시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실적 전망 상향 조정 속도가 빠르다"며 "올해 1분기 실적 시즌 이후 추가적인 실적 전망 상향 조정, 코스피 상승 여력 확대도 가능해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