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 공매도 재개 첫날 외국인을 중심으로 1조원 넘는 돈이 공매도로 오가면서 코스닥이 2% 넘게 급락하고 코스피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는 등 공매도 재개에 따른 충격파가 증시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공매도 쇼크가 증시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지다. 증권가는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현재 국내 증시는 이미 바닥에 근접했다며 공매도 재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약 1년 2개월 만에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재개된 가운데 거래대금은 코스피 8140억원, 코스닥 2790억원으로 총 1조930억원에 달했다. 전체 시장 내 비중으로 따지면 각각 4.9%, 3.1% 수준이다.
두 시장 모두 예상대로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코스피 내 외국인 공매도 비중은 공매도 금지 직전일인 지난해 3월13일 53.9%에서 전날 90.7%로 급증했고, 코스닥 내 비중 역시 같은 기간 70.2%에서 78.8%로 늘었다.
반면 기관의 공매도 비중은 이 기간 코스피에서 45.4%→7.7%로, 코스닥에서도 27.0%→20.3%로 대폭 줄었다. 개인 대주제도 시행 등 개인의 참여폭 확대로 기대를 모은 개인 공매도 비중은 1.2%에서 1.7%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재개 초반이긴 하지만 예상대로 외국인이 공매도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공매도 재개 충격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투자심리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코스닥은 씨젠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 거래일보다 2.2% 폭락했고 코스피 역시 셀트리온과 LG디스플레이 등의 공매도 거래 증가 여파로 0.6% 넘게 하락했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급증한 신풍제약, 두산퓨얼셀 등 코스피 4종목과 녹십자랩셀, 다우데이타 등 코스닥 18개 종목은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4일 거래에서 공매도가 제한됐다. 주가가 당일 10% 넘게 하락하면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5~6배 증가하면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또 주가가 5~10% 하락했더라도 공매도 비중이 3배 이상 늘어나면 과열종목에 포함된다.
최근 증시가 상승 무드를 타면서 박스권 탈출에 기대감을 품었던 투자자들은 우려했던대로 공매도 재개가 증시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울러 지금의 조정이 장기화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가는 일시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다. KB증권은 공매도 재개가 증시 조정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과거 공매도 재개 시 동반됐던 대외 악재가 현재는 없는 만큼 증시는 이미 바닥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KB증권이 과거 공매도 사례로 든 시점은 2009년과 2011년이다. 2009년은 공매도 재개 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성장률 하향 조정, 영국 신용등급 하향, 북한 핵실험 등의 대규모 변수들이 존재했다. 그로 인해 공매도 재개 8영업일 전 고점 대비 코스피 최대 낙폭은 -5%에 달했다.
2011년의 경우 공매도 재개 시점에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재개 당일 코스피가 4% 급락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과거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재정위기, 영국 신용등급 하향, 북한 핵실험 등과 같은 악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당시처럼 코스피가 고점 대비 -5~-6%까지 하락할 이유는 없다"라고 진단했다.
하 연구원은 이어 "지금까지의 코스피 고점 대비 낙폭은 -2.9%로 이미 바닥에 근접했다"라며 "고점 대비 -3.75% 수준인 3100포인트대 포반부터는 매수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조언했다.
거래소 역시 비슷한 판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공매도 재개 전후 주가 추이 등을 보면 공매도 영향은 단기에 그쳤고 통상 1~3개월 후에는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유동성과 시장 변동성 등은 공매도 재개로 인해 오히려 개선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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