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호황 덕분에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올 1분기에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유안타증권은 순익 1000억원 클럽에 가입하면서 중형사 가운데 압도적인 성과를 자랑했고 순익이 500억원에 근접한 증권사도 다수였다.
올해 중소형사의 가장 큰 수익원은 자산관리(WM)부문이었다. 올해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서는 등 활황 장세를 보이며 주식 거래가 급증하고, 펀드를 비롯한 금융투자 상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새역사 쓴 유안타증권
1분기 성적표를 내놓은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유안타증권이다. 유안타증권의 올해 1분기 순익은 1109억원으로 지난해 거둔 순익 1050억원을 불과 한 분기 만에 넘어섰다. 작년 1분기 67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551%나 늘었다.
자기자본 1조원대 증권사 가운데 분기 기준 1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낸 증권사는 유안타증권이 유일하다.
유안타증권의 호실적은 '동학개미' 덕이 컸다. 증시 거래대금이 늘고, 공모주 펀드 판매가 늘면서 WM 수수료 수익이 급증했다. 투자은행(IB)과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부문에서도 인수주선수수료와 주식매매 수익이 증가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몸집 키우는 중형사들
유안타증권 외에 다른 중형사들도 순익 500억원에 근접하는 등 실적 몰이에 나서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11~20위 증권사 10곳 가운데 유안타증권을 비롯해 이베스트투자증권,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모두 7개사가 400억원이 넘는 순익을 냈다.
유안타증권 다음으로 좋은 실적을 낸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분기 48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전년 동기 118억원 대비 314.7% 급증했다. 리테일 부문의 선전과 함께 IB 부문에서 양호한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교보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각 482억원, 481억원의 순익을 냈다.
DB금융투자의 1분기 순익은 449억원으로 전년 동기 321억원 대비 1299.1% 증가했다. 순익 상승폭만 놓고 보면 유안타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현대차증권도 역대급 실적을 냈다. 현대차증권의 1분기 순익은 412억원으로 전년 동기 246억원 대비 67% 증가했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순익 401억원을 기록하며 400억 클럽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순익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으로 전년 동기 131억원 대비 1206% 증가했다.
교보·한화, 역성장 딛고 최대실적
지난해 1분기 역성장에 머물다가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증권사들도 있다.
482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한 교보증권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1억원 순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과 IB 부문 수익이 각 555%, 111% 증가하는 등 WM, IB, S&T 부문이 성장하면서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한화투자증권도 481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전년 동기 361억원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WM 부문이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증시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위탁매매 수수료와 금융상품 판매 수익 등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602억원의 손실로 회사를 울상 짓게 한 트레이딩 부문이 1분기에는 428억원의 이익을 내는 등 효자 역할을 한 점도 주목된다. 특히 파생결합증권(ELS)이 조기 상환되고 채권 운용에서 좋은 수익을 내며 쾌재를 불렀다.
2분기 실적은?…"글쎄"
다만 2분기도 호실적이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2분기 이후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리테일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의 경우 이익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작년 코로나 발생 이후 지난 1분기까지 거래대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4, 5월에는 감소세"라며 "2분기 브로커리지 수익은 감소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둔화 양상이 나타나고, 코스닥 시장의 회전율도 하락 추세에 있어 향후 이익 둔화 흐름이 불가피하다"면서 "온라인과 리테일 시장 지배력 유지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