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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고객·주주 모두 잡았다…이제 남은 건 '2라운드'

  • 2021.05.25(화) 15:24

옵티머스 투자 831명에 100% 원금 지급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대신 '사적 합의'
하나은행·예탁원 소송 통해 손실 최소화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100%를 전액 반환키로 결정했다. 다만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원금반환 권고 사유로 제시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투자자보호라는 취지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주주에 대한 배임 가능성을 차단하는 한편 향후 수탁사들과 소송까지 염두에 둔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런 면에서 고객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절묘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 남은 건 '제2라운드'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하나은행 및 예탁결제원 등을 대상으로 최대한 구상권을 행사해 28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이 2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에 대한 원금 전액 반환 결정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발언하는 모습./사진=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옵티머스펀드 판매와 관련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원금 100%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에서 전원 찬성으로 내린 결론이다. 

이번 결정으로 전체 고객의 96%에 해당하는 일반투자자 831명이 투자원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반환 액수는 총 2780억원 규모다. NH투자증권은 고객과 개별 합의서를 체결하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투자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고객보호+주주가치 둘 다 잡았다

NH투자증권은 투자원금 반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사적합의'를 들고 나왔다. 합의 내용은 고객에게 원금을 반환하는 동시에 고객으로부터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해 수익증권 소유자로서 지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번 결정은 8차례의 이사회 논의 등 숙고 끝에 이뤄졌다. 사실 NH투자증권 입장에선 '고객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고객 보호를 위해 투자원금을 100%지급하면 주주에 대한 배임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반대의 경우 고객 보호라는 취지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적합의' 방식은 금감원 분조위가 권고한 '계약 취소'와 형식은 다르지만 고객 입장에선 효과가 동일하다. NH투자증권은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 과정에서 또 다른 책임이 있는 금융회사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살렸다. NH투자증권 이사회는 사적합의를 통해 투자자들이 보유한 구상권을 확보할 경우 배임 논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젠 하나은행·예탁원과 소송전

이제 남은 건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 등 수탁사들과 법정 분쟁이다. NH투자증권은 투자자와 사적합의로 양도받은 권리를 근거로 공동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 및 구상권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펀드 자산회수율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보전하겠다는 목적이다.

NH투자증권은 특히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수탁은행은 실질적으로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의 책임이 있으며,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펀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95% 이상 담는다는 투자제안서와 달리 펀드 출시 시점부터 사모사채만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만큼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옵티머스펀드는 누적 판매금액 1조6000억원의 80%에 해당하는 1조3000억원을 아트리파라다이스 등 6개사의 사모사채에 집중 투자하면서 기형적인 운용 행태를 보였다. 또 2018년 3차례에 걸쳐 펀드의 환매자금 부족분을 고유자금인 지급준비금으로 무상 대여해 펀드의 환매 중단을 막으면서 불법적으로 개입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사기방조 혐의로 하나은행을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예탁결제원은 운용사 요청에 따라 자산명세서 상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변경해 줘 판매사와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정상적인 펀드 운용이 이뤄진다고 오인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NH투자증권의 설명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오늘 이사회의 결정을 계기로 우리 회사가 고객 중심의 경영철학을 지키고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뼈를 깎는 반성과 심기일전으로 재출발해 하루빨리 전체 조직이 정상적인 업무체계로 복귀하고, 산업의 변화와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호 준법감시본부장은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 옵티머스 사기 운용에 관련된 기관들의 공동책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향후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이번 사태의 공동책임자라 할 수 있는 하나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에게 법적인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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