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대한 뜻을 계속 내비치면서 연내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다음 달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서 손에 꼽히는 악재다. 당장 시장에 흘러들어왔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업종이 있다. 금리 인상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은행주가 그 주인공이다.
'금리 인상' 코앞…수익성 높아진다
은행주는 경기 정상화의 대표적 수혜 업종이다. 경기가 정상화되면 정부가 그동안 풀었던 돈줄을 다시 죄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은행은 수익성이 개선되고 실적이 좋아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 총재는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달 2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 총재가 조찬 회동을 갖고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완화 정도를 조정해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적 등 부작용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경제 수장인 홍 부총리가 금리 인상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하면서 금리 인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뻔 했던 정부의 반대 역시 사라진 모양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최대 2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가 인상되면 은행 실적에도 파란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이 순이자마진(NIM) 상승으로 이어져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NIM이란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지표 중 하나로 은행의 예대마진에 각종 수익을 합치고 조달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에 더 빠르게 반영돼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은행의 예대마진이 좋아진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 은행 NIM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이익 증가는 주로 내년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확의 계절…배당성향 높이는 은행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배당 제한이 완화되는 점 역시 은행주 주가 상승에 힘을 더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1월28일 금융지주의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도록 한 권고는 지난달 말 종료됐다. 조만간 기존 권고안을 대신해 경기 개선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권고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15일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난 2일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하고 사상 첫 중간배당에 나섰다.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도 꾸준히 배당 확대 계획을 밝혀온 만큼 사상 처음으로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중간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각 금융지주 수장들은 입을 모아 배당 확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분기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주주 환원 정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2023년까지 배당성향을 3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성향이 30%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 상장에 은행주 재평가 기대
카카오뱅크 상장에 따른 반사효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은행주들이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15조7000억~18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최종공모가격은 오는 20~21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22일 확정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가 희망 공모 가격대로 상장하면 국내 은행 중 시가총액 3위에 오르게 된다. 현재 은행주 가운데 시총 1위는 KB금융으로 지난 9일 기준 시총 21조7000억원 규모이며 신한지주가 시총 20조1000억원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타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뿐 아니라 보험, 증권, 카드 등 다양한 자회사를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의 몸집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카카오뱅크의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기업가치 비교 대상에서 국내 은행들을 모두 배제했다. 대신 온라인을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금융 플랫폼기업 네 곳을 비교 대상으로 꼽았다.
국내 은행을 비교 대상에서 뺀 이유는 카카오뱅크 스스로가 기존 은행과는 다르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최대 플랫폼인 카카오의 계열사로,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금융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는 기존 은행과는 차이가 있다. 점포가 전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점도 다르다. 점포가 없는 만큼 판관비가 적게 들어 일반 은행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사업의 본질이 '은행'이라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이에 이번 상장이 오히려 은행주의 재평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가치와 시중은행의 가치 평가 차이가 지나치게 큰 탓이다.
카카오뱅크는 희망 공모 가격 선정 과정에서 PBR 방식을 적용했는데, 이는 플랫폼 기업이 아닌 전통적인 금융주를 평가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가 비교한 해외 기업 4곳의 PBR 평균은 7.3배로 카카오뱅크의 순자산에 이를 적용할 경우 시가총액은 22조9610억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4대 금융지주의 PBR은 0.5배에도 못 미친다. 카카오뱅크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금융지주사들의 PBR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