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열풍이 계속되면서 올 상반기 펀드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달랐다. 증시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히려 펀드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었다. 여기서 궁금한 건 개인투자자들의 펀드 바구니에 어떤 펀드들이 담겼는지다.
동학개미, 국내 테마 ETF '집중'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전체 펀드의 순자산은 793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대비 73조2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올 들어 국내 펀드 시장에는 45조7000억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들어왔다.
지난 3개월 동안에는 국내 주식형과 해외 주식형을 막론하고 공모 주식형 펀드로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다. 공모 주식형 펀드를 외면하던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것은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의 펀드 선호도 차이다.
먼저 직접투자의 재미를 알게 된 동학개미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했다. ETF는 주식처럼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하고 수수료가 저렴해 적극적인 매매를 선호하는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았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최근 3개월간 자금 유입이 많았던 국내 주식형 펀드 상위 10개 중 8개는 ETF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TOP10 ETF'가 3837억원의 자금을 흡수하면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2위를 차지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자동차 ETF' 자금 유입액의 2배가 넘는 규모다. TIGERTOP10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NAVER, 카카오 등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담은 ETF다.
2위부터 5위까지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자동차 ETF, 'KODEX 은행 ETF', 'KODEX 코스닥150 ETF', 'KODEXTop5PlusTotalReturn' 등이 순서대로 이름을 올렸다. KODEX 자동차 ETF는 자금 유입에선 TIGERTOP10 ETF에 밀렸지만 1년 수익률이 89.8%로 10개 펀드 중 가장 높았다.
올 들어 앞다퉈 출시된 액티브 ETF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올해 나온 ETF 45개 중 액티브 ETF는 16개로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액티브 ETF 중에선 지난 5월 상장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퓨처모빌리티액티브'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미래차액티브'가 자금 유입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ETF 인기에 발맞춰 자산운용사들의 신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서만 45개의 ETF가 출시돼 지난 5일 기준 국내에 상장한 ETF는 499개로 곧 500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ETF의 총 순자산도 60조원을 넘어섰다.
서학개미, 미국 펀드·ETF 사랑 여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본격화된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직접투자 열풍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달 28일 기준 최근 3개월 간 해외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상위 펀드 10개에 유입된 자금만 1조6700억원에 이른다.
이에 해외 주식형 펀드 중 1조원을 넘는 펀드도 5개에 달한다.. 특히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는 3조원이 넘는 순자산으로 압도적인 몸집을 자랑했다.
테슬라를 필두로 한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사랑은 펀드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TIGER 미국테크 TOP10INDXX',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AB 미국그로스 등 ETF를 포함한 최근 3개월 간 자금 유입 상위 해외 주식형 펀드 10개 중 6개가 미국 주식을 담은 펀드였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해외 주식형 펀드는 미래에셋운용의 TIGER 미국테크 TOP10INDXX ETF였다. 지난 3개월 새 2506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TIGER 미국테크 TOP10INDXX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대표 기술 기업 10개를 담은 ETF다.
뒤를 이은 펀드는 마찬가지로 미래에셋운용이 내놓은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이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30개에 투자하는 ETF로 3개월 간 2479억원의 자금이 유입돼 간발의 차로 2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TIGER 미국 S&P500, #TIGER 차이나항셍테크] 등 미래에셋운용의 ETF 4종이 자금 유입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자들의 미국 펀드 선호 경향은 점차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펀드의 몸집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해외주식 직접투자 확대 시기와 겹친다"며 "앞으로도 미국 펀드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