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됐던 가치주와 성장주 간의 논쟁은 올해도 주식시장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금리인상 징후가 강하게 나타나는 시기에는 통상 가치주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코로나19 이후 시장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특정 스타일을 고집하기 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투자를 권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소위 '1월 효과'를 노려볼 수 있는 성장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주고 있다. 이중에서도 지난해 약진에 성공한 2차전지 및 소재 업종을 포함해 메타버스, 제약·바이오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 섹터라는 견해다.
나에게 맞는 스타일은 무엇?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가치주와 성장주를 구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략형 지수인 MKF 가치와 성장 지수의 지난해 수익률은 각각 2.8%, -2.3%로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두 지수 모두 MKF500지수를 토대로 가치와 성장주로 분류된 종목들로 구성된다. MKF500지수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지수다. 차이점은 MKF성장의 경우 IT관련 기업의 비율이 높고, 가치 지수는 금융사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이다.
뉴욕증시에서는 성장주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 미국에서 성장주와 가치주를 대변하는 양 지수인 러셀1000 가치주와 러셀1000 성장주 지수 모두 지난해 연초 이후 연말까지 꾸준히 오름세를 기록했다. 다만, 상승폭 면에서 성장주 지수가 656.4포인트로 310.4포인트를 나타낸 가치주 지수보다 우수한 흐름을 보였다.
종목을 구분하는 스타일 측면에서 가치주와 성장주는 오랜 기간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보유 자산이 시장 가치 대비 높다고 분류되는 가치주는 경기 침체 및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매력이 부각된다. 향후 매출과 이익, 성장성 등이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성장주는 경기 회복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 때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가치주를, 공격적 성향인 경우 성장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연한 스타일 선택이 추가적인 수익률을 내는 데 있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논란이 됐던 것은 전통적인 투자 지표로 봤을 때 가치주와 달리 유형자산이 없는 성장주들의 미래 성장성과 같은 무형자산을 주가에 어떻게 반영할지 여부였다"며 "시대 흐름에 부합한 스타일을 선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가치주가 득세하는 상황에서는 주가 방어 수준이, 성장주 중심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성장성과 사업 확장성 등이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월 효과 착안…성장주 주목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1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성장주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1월의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1월 효과라고 한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짧게는 1월, 길게는 1분기 수익률이 시장을 웃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매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연초 개별 종목 주가의 방향성은 이익보다 매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KB증권은 지난해 4분기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로 2차전지를 비롯한 소재 업종, 메타버스 등과 같은 산업군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올해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삼성SDI, SKC, 한화솔루션 등을 꼽았다.
메타버스 및 이와 연관성이 있는 콘텐츠주 중에서는 자회사 위메이드맥스와 함께 지난해 주가 수익률 정상에 오른 위메이드를 비롯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린저씨(리니지 이용자)'들의 거센 저항을 받은 엔씨소프트, 제이콘텐트리, JYP Ent. 등을 제시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알려진 여러 연초 효과 중 '성장주의 1분기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연초에 형성된 그 해에 대한 기대감과 1분기 수익률을 돌이켜보면, 성장에 대한 기대, 특히 매출성장률 기대가 높을수록 시장을 이길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성장과 함께 안정성도 고려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가 변동성 측면에서는 대형 기술주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실적과 관련해서는 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이 덜한 코스닥 바이오나 콘텐츠 업종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견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에는 성장과 함께 우량함까지 만족시켜주는 업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 테크주들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상장사들이 더 안정적이지만 PER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적 가시성이 높은 업종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코스닥 바이오 및 컨텐츠 업체들에 대한 실적 기대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