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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변한 IPO시장…옥석가리기 시작됐다

  • 2022.03.22(화) 06:32

최근 상장절차 중도철회 기업 속출
유동성 급감 영향 시장 상황 악화
전방산업 경쟁력 등 신중한 판단 필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상장을 준비하던 다수의 기업들이 완주보다는 중도 포기를 선택하면서다. 지난해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던 분위기에서 180도 달라진 셈이다. 

국내 증시 환경이 여러 악재에 휘말리며 급변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새내기주들은 수익률에 흠집이 나고 있고 뭉칫돈이 몰리던 공모주 펀드는 스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당분간 시장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는 각종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전방산업의 성장성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IPO시장 '춘래불사춘'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총 18개(스팩 제외)사다. 지난해 1분기 28개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상장 기업수도 감소했지만 시장 속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체급에 상관없이 상장 절차를 중도에 포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지난 1월에는 올해 대어중 하나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했고, 2월에는 신재생 에너지 그린 솔루션 기업인 대명에너지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이달 들어서는 '시장평가 우수 기업 특례(유니콘 특례)' 1호 기업으로 주목 받은 바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보로노이가 공모 철회 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밖에 한국의약연구소를 비롯해 파인메딕스, 미코세라믹스 등 코스닥 상장 준비 기업들은 예비심사에서 중도 포기를 결정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유동성 축소를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흥행의 마중물 역할을 한 유동성 공급이 감소한 게 증시 침체로 이어졌고 이로 인한 불똥이 IPO시장으로 전이됐다는 의견이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사실 유동성 축소가 IPO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작년과 재작년의 대흥행 기저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자리 잡고 있는데 최근에는 축소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증시 자체가 침체되고 이로 인해 IPO시장의 투자심리 마저 꺾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높은 밸류에이션을 형성했던 기업 가치가 자연스럽게 조정을 받게 되고 상장 절차를 완주하는 기업보다 중도에 철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견해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적의 시기에 최대한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게 IPO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상장을 철회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해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모두 부진한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가 희망 밴드 하단에도 미치지 못할 경우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현저히 줄 수밖에 없다. 

그늘진 새내기주…공모주펀드도 자금 이탈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미 악화된 투자심리가 단기간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는 새내기주 성적을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18개 기업 가운데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은 애드바이오텍을 포함해 나래나노텍, 인카금융서비스 등 총 7개사다. 공통점은 상장 첫 날부터 지수 하락세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들 상장사 가운데 주가 수익률이 가장 부진한 회사는 상장한지 한달째를 맞는 식물세포 플랫폼 기술 기업인 바이오에프디엔씨로 현재 공모가대비 33% 이상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나래나노텍의 주가도 28% 이상 하락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 가운데 절반에 육박한 종목들의 주가가 뒷걸음질 치면서 이들을 담고 있는 공모주 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 

2020년 이후 국내에서 판매되는 공모주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7조원에 육박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에는 2300억원 넘는 돈이 유출되고 있다. 역대급 신인으로 평가받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후 자금 이탈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시장 상황 및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전방산업의 성장성이 투자 결정에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일부 신규 상장 종목의 경우 압도적인 주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오토앤의 주가는 21일 종가 기준 2만50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하루에만 6%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한 오토앤의 공모가는 5300원이다. 상장 후 4배 가까이 뛴 셈이다. 자율 주행 및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자동차 애프터 마켓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게 흥행 배경으로 꼽힌다. 

아직 상장한지 3거래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일로보틱스도 공모가 1만원 대비 2배 이상에서 현재 주가를 형성하는 등 수익률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로봇산업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깃들면서 상장 전부터 흥행몰이에 성공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올해는 유동성 축소 국면과 맞물려 IPO시장의 침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방산업의 성장성이 확실한 기업들이 금리 인상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뚫고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나 IT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수요예측이나 공모 청약 경쟁률도 잘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옥석가리기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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