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공모가는 희망범위 하단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원스토어의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IPO 주관사 측은 상장 철회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최대 22% 할인 전망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9~10일 이틀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당초 전망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든 것으로 파악됐다. 예상 공모가는 2만8000~3만1000원 수준. 앞서 사측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3만4300~4만1700원) 하단보다도 10.6~22.5% 가량 할인된 가격이다.
국내외 증시 부진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밤 나스닥 지수가 4% 넘게 하락하는 등 미국 증시가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이날 코스피 지수도 0.5% 넘게 밀리면서 2600선을 내줬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부진한 실적 대비 공모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스토어의 작년 기준 영업손실은 57억7300만원, 당기순손실도 60억원에 달했다.
원스토어는 자사 기업가치 평가 방법으로 시가총액이 매출액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주가매출액비율(PSR)을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비교기업 집단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애플 등 글로벌 유력 기업들을 넣어 논란이 됐다. 이후 이들 기업을 빼고 네이버와 넥슨을 추가했지만 희망 공모가 범위는 그대로 유지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거시적 영향도 있지만 결국 공모주의 성패는 개별 기업이 얼마나 매력있는 가격으로 나오냐에 달렸다"며 "최근 공모 규모가 큰 기업들이 비싸게 나오면서 기관들도 보수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IPO 추진 여부 검토...SK쉴더스 전철 밟나
시장에서는 원스토어가 SK쉴더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SK스퀘어 계열사 중 IPO 1번 주자였던 SK쉴더스는 지난 3~4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200대 1 수준에 불과하자 증권신고서를 철회하고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원스토어 역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사측은 IPO 추진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IPO 주관사 측은 이날 오후 2시경부터 공모가 산정과 상장 진행 여부와 관련한 논의에 들어갔다. 11일 오전까지는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부정적인 관측이 팽배한 가운데 일각에선 원스토어가 IPO를 강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SK쉴더스의 경우엔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하단 아래로 나왔지만 그마저도 비싸다고 봤다"면서 "그러나 원스토어는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고 따라서 상장 이후 주가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또 "원스토어는 구주 물량 매입가와 공모가 간 차이가 크지 않아 오버행(잠재적 물량 부담) 이슈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실제 원스토어의 총 발행 물량 666만주 가운데 193만주가 구주매출이다. 이는 SKS프라이빗웨쿼티, 키움인베스트먼트, SK증권이 뭉쳐서 만든 사모펀드 SKS PE-키움키피탈이 내놓은 물량이다. 당시 1주당 평가액은 3만원이었다.
앞서 회사 측도 상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만큼 상장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상장 철회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