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강방천 회장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기대와 달리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수를 높게 책정했지만 실제 성적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상품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에셋플러스운용이 새로운 액티브 ETF를 출시하자 투자자들은 소형운용사 특성상 집중도가 분산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보수 2배인데 손실도 2배 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셋플러스운용이 운용하는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는 작년 11월16일 상장 이후 지난 7일까지 –41.9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강 회장은 평소 지수에 투자해 시장 평균을 쫓는 패시브 펀드는 기업 가치를 고려해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왜곡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던 그가 액티브 운용전략을 가미한 ETF를 출시하자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강 회장의 첫 ETF에 쏠렸다.
그는 운용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의 운용보수를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의 평균 보수 0.495% 대비 2배 높은 0.990%로 책정했다. 통상 높은 운용보수는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뜻한다. 타 펀드보다 보수가 높은데 그 이상 성과를 낼 가능성이 낮다면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상품 출시 이후 비교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6.98% 하락하는 동안 이보다도 25%포인트나 더 부진한 모습이다.
이같은 실적은 테슬라 주가 하락에서 기인한다.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테슬라 비중을 20%가량 두고 있어 테슬라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상품 가치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 상장 이후 테슬라 주가는 30.44% 하락했다.
테슬라외에 상장 당시 보유하던 주식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영향도 있다. 지난해 출시 직후 포트폴리오를 보면 싱가포르의 인터넷 플랫폼 기업 Sea Ltd를 63주 보유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수혜주로 평가받는 이 종목의 당시 주가는 329.91달러로 역대 최고가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해 11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 5월11일에는 57.11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교롭게 이날은 에셋플러스운용이 Sea Ltd를 전량 매도한 날이었다.
이에 대해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의 책임운용역은 현재 수익률이 부진한 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책임운용역을 맡고 있는 고태훈 매니저는 "에셋플러스운용의 대표 펀드인 리치투게더펀드도 구간별로 보면 부진한 구간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수한 성과를 냈다"면서 "매 반기, 분기마다 초과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3년 이상 긴 호흡으로 보면 초과 성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중력 흐트러질라'…투자자 불만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를 초과하는 성과를 추구하는 ETF다. 단순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기보다는 초과 성과를 목적으로 하기에 운용역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에셋플러스운용이 '에셋플러스 글로벌대장장이액티브' ETF를 출시하면서 기존 에셋플러스운용 ETF 투자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상장한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 성과가 부진한 와중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집중이 필요한데, 새 상품을 내놓고 두 상품을 동시에 운용하면 성과 개선에 써야할 여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셋플러스운용이 소형사인만큼 기존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와 새로 출시한 글로벌대장장이액티브 ETF의 책임운용역은 고태훈 매니저로 같은 인물이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종목토론방과 에셋플러스운용 유튜브 채널 댓글 등을 통해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를 버리고 새 상품을 출시했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가 찬밥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등의 의견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고 매니저는 신규상품 출시로 기존 상품에 대한 운용 집중도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3~4개의 상품을 시리즈로 만들어 장기 운용하려고 계획을 세웠다"며 "현재 수익률이 안 좋다고 시기를 늦추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두 상품의 포트폴리오 속성이 다른 만큼 투자자들이 기존 상품 운용에 들어가는 정성이 분산된다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