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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미국 증시…다시 실적을 봐야 하는 이유

  • 2022.10.22(토) 09:11

[서학개미 브리핑]
연준 긴축에 치솟는 국채금리…투심 얼어붙어
낮아진 눈높이…어닝시즌 재평가 가능성 염두

3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와 그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특히 10년물 국채 금리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급등세를 연출하면서 뉴욕 증시의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에는 알파벳(구글)과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형 기술주의 실적이 줄줄이 공개된다. 달러 강세와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이들 빅테크주의 이익 모멘텀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장의 눈높이가 상당 부분 낮아져 있는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이같은 관측이 실제로 확인될 경우 단기 반등의 여지도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빅테크주 실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불안한 상승 속 국채금리 급등에 '발목'

지난주 뉴욕 증시는 기업들의 예상 밖 실적 호조 소식에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뉴욕멜론은행,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주를 비롯해 존슨앤드존슨, 넷플릭스 등은 우려와 달리 3분기에 선전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의 '원픽' 테슬라가 기대치를 밑도는 매출과 더불어 다소 '애매한' 실적을 내놨지만 전반적으로는 양호한 편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어닝시즌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그야말로 '널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10년물 금리는 한 때 4.241%까지 치솟았다. 금리가 4.2%를 돌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 역시 4.6%를 넘어서며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진전이 없었던 만큼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4%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언한 게 결정적이었다.

라이언 디트릭 카슨그룹 수석 시장 전략가는 "하커 총재의 발언은 연준이 계속해서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며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하커 총재 외에도 연준 주요 인사들은 연말까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상황. 그에 따라 국채 금리 역시 당분간 요동칠 것으로 예상돼 증시 전반의 투심이 갑작스럽게 되살아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낮아진 눈높이, 실적 시즌 재평가 가능성도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갯속 증시에서 그래도 기대를 걸만한 것은 빅테크주의 실적 발표다. 지난주 넷플릭스와 테슬라 등에 이어 다음 주에는 알파벳을 시작으로 MS와 메타, 애플, 아마존 등이 성적표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증시 변동폭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물론 3분기 실적 시즌 전반을 놓고 보면 증시에 우호적이라고 할 순 없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3분기 S&P500 기업의 전년동기대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2.8%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1.6%까지 떨어진 상태다. 현재 컨센서스상 애플을 제외한 대형 기술주 모두 3분기 EPS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한 환손실 여파가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처럼 낮아진 눈높이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적 기대가 선제적으로 낮아진 만큼 실적 쇼크 가능성 역시 작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대형 기술주 실적에 부담스러운 매크로 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간 이익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던 새로운 하방 리스크가 급부상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오히려 미국 경기가 걱정한 만큼 빠르게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프라이즈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실적 시즌에서 넷플릭스 사례처럼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에 맞서기 위한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확인될 수도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인플레이션과 긴축으로 개인들의 지출 여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광고형 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며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낸 바 있다.

안 연구원은 "과매도 인식이 짙은 상황에서 낮아진 눈높이에 비해 실적이 괜찮다면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들 기술주의 반등을 단기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3분기 실적 부진을 증시가 반영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실적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다음 분기 실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S&P500의 EPS 증가율이 각각 3.6%, 5.8%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3분기 실적 시즌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바뀌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3분기 실적 시즌은 점진적으로 미국 증시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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