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예금·채권 등 안정적 상품의 수익률이 높아지며, 배당주의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다만 올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에 시달리며 국내 증시가 가라앉는 동안 경기방어주로 평가받는 배당주의 방어력은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배당주에 관심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다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배당 차익을 노린 기관의 매수세가 몰린다면 연말까지 방어주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배당 매력 떨어져도 방어력 여전한 배당주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2371.08로 연초 대비 20.67% 하락했다.
올해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 코스피가 낙폭을 키우는 동안 배당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종목내 배당수익률이 높은 50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2675.59로 연초 대비 11.7% 하락에 그쳤다.
이처럼 시장평균 대비 방어력을 뽐낸 배당주지만, 최근 투자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배당주보다 더 안정적인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우량 회사채 등의 금리도 5% 넘게 올라서다.
배당 규모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예정이다. NH투자증권 분석에 의하면 올해 연말 코스피 200지수 구성 종목의 현금 배당총액은 유동주식 기준으로 14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현금 배당총액 16조원보다 약 9% 감소한 수치다.
다만 배당 측면에서 매력은 떨어졌어도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보완하는 전략으로 배당주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증권가는 조언한다. 연말 배당금을 받기 위한 기관의 매수세가 몰려 주가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말에는 금융투자의 순매수세가 강해진다. 통상적으로 금융투자는 연말에 현물을 매수해 배당을 확보하고, 선물을 매도하는 배당 연계 매수차익거래를 진행한다. 연말이 다가오면 선물 가격이 고평가돼 금융투자 등 기관이 선물을 팔고 현물을 매수하는 차익거래를 하는데, 배당락 전날까지 현물을 보유해 배당금을 받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금융투자는 매년 12월 코스피 시장에서 약 3조1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년 연말 10~12월은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배당을 노린 프로그램 매수가 많이 유입되는 시기"라며 "올해는 10월 말부터 주식 매수가 유입되고 있지만 11월까지 순매수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아직 유입 자금 여력이 꽤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말 금융투자의 배당 연계 매수차익거래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변수도 존재한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입 금리 상승 및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차입 여력이 있는 대형사 중심으로만 배당 매수차익거래가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는 배당 규모도 지난해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배당 매수차익거래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배당주 매수·매도 시점은?
연말 배당주 투자를 고려할때 매수·매도 시기를 잘 고를 필요가 있다. 배당금을 노리는 매수세가 몰린 만큼 배당받을 권리를 확정하는 배당기준일 이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상하는 배당수익률과 현재 주가 수익률을 잘 저울질해서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KB증권은 12월 중순이 배당주 매수의 적기라고 분석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15%에 속한 배당수익률 상위 20개 종목의 지난 2017년 이후 성과를 분석한 결과 배당락 8~14일 전에 매수하는 것이 코스피 대비 상대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배당락 1일 전~6일 전은 변동성은 낮지만 시장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였고, 7일 전~15일 전이 위험 대비 성과가 안정된 시기였다"고 말했다.
매도 시점에 대해서도 꾸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배당주를 매수한 뒤 주가가 예상 배당수익률보다 높게 올랐을 경우 배당락 전에 매도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올해 배당락일은 12월 28일이다.
김민규 연구원은 "고배당주가 배당락 전에 예상한 배당수익률보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면 배당받지 않고 배당락 전에 파는 편이 낫다"며 "주가는 올랐지만 배당수익률만큼 오르지 않은 종목은 배당받고 배당락일에 매도하는 게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