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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배당 안 주는데…'월배당' 이름 붙인 ETN

  • 2022.12.09(금) 06:33

국내 최초 ETP 종목명에 월배당 표기 상품 출시
매달 재원 확보 어려워…실제론 2달에 한번 배당

국내 최초로 상장지수상품(ETP) 종목명에 '월배당'이 들어간 상장지수증권(ETN)이 출시됐으나 실제로는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해당 상품 발행사는 매달 배당 재원을 확보할 수 없지만 월간 배당이 가능한 구조를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종목명을 붙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사한 지수를 추종하는 ETN이나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투자자들이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종목명에 월배당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월배당' ETN인데 매달 배당금 지급 불가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N과 ETF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P 상품 가운데 종목명에 '월배당'이 들어간 종목은 지난 7월 출시된 '삼성 KRX 리츠 TOP10 월배당 ETN'이 유일하다. 이 상품은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 리츠로 구성된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RX 리츠 TOP10 지수'를 추종한다.

KRX 리츠 TOP10 지수에 포함된 상장 리츠는 △SK리츠(3 ,6, 9, 12월) △롯데리츠(6, 12월) △제이알글로벌리츠(6, 12월) △ESR켄달스퀘어리츠(5, 11월) △신한알파리츠(3, 9월) △코람코에너지리츠(5, 11월) △이리츠코크렙(6, 12월) △디앤디플랫폼리츠(3, 9월) △신한서부티엔디리츠(6, 12월) △NH올원리츠(6, 12월)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각 상장 리츠들의 배당기준월을 보면 1월, 2월, 4월, 7월, 8월, 10월이 비어있다. 따라서 실제로 이 ETN은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리츠 배당금을 받지 못하는 달에는 분배금 재원이 마련되지 않아 월배당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품 투자설명서에는 분배금 지급기준일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구성 종목(상장 리츠)이 없는 경우 분배금 지급일에 분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거래소가 지수 수시 변경을 통해 오는 9일 신한서부티엔디리츠를 지수에서 편출하고 KB스타리츠(1, 7월)를 편입할 예정이지만 그럼에도 4달은 빈다.

상품을 발행한 삼성증권은 종목명에 월배당을 넣은 이유에 대해 상품 특성을 인지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현재 구성 종목이 12개월 배당을 꽉 채우진 않지만 구성 종목이 바뀌면서 분배금이 사실상 매달 나올 수 있게 되는 걸 가정했다"며 "보통 배당형 상품들이 분기 배당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월간 배당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종목명을 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종목명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오인해 투자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삼성 KRX 리츠 TOP10 월배당 ETN 포털 종목토론실에서 투자자들은 "타이틀이 월배당인데 2개월 단위?", "이름은 월배당인데 매월 주는 건 아니네?", "정확히 얘기하면 매달 배당을 줄 가능성이 있는 주식이란 것"이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유사 지수를 추종하는 월배당 ETN과도 비교된다. 'KRX 리츠 TOP 10 레버리지 지수'를 추종하는 'KB 레버리지 KRX 리츠 TOP 10 ETN'의 경우 월배당 구조로 만들어졌지만 종목명에 월배당을 넣진 않았다.

발행사인 KB증권 관계자는 "분기 말 이외에 배당이 발생하는 종목들을 편입해 원칙적으로 매월 배당이 발생하면 분배금을 지급하도록 허용된 상품"이라며 "상품명에 월배당을 사용할 경우 투자자는 매월 배당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오해 소지를 고려해 상품명에 해당 단어를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규정 두고 거래소 내부 판단 달라

ETF와 ETN은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칙 시행세칙에 따라 종목명을 정한다. 시행세칙을 보면 ETF·ETN 종목명은 기초지수의 이름과 상당한 유사성을 가져야 하며 브랜드명, 투자 대상, 투자전략(파생형의 경우 배율 포함) 및 상품 특성(합성, 환헤지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종목명만 보고도 상품의 특성을 투자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 월배당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배당 ETF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ETF 종목명에는 월배당이 들어가지 않는다. 분배금 재원이 없으면 월분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ETP 상장심사를 담당하는 거래소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ETF를 담당하는 ETF시장팀에선 종목명에 월배당 키워드를 넣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거래소 ETF시장팀 관계자는 "배당 재원이 부족할 경우 월분배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 월배당 키워드는 종목명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자산운용사들에는 광고를 통해 월분배에 대한 내용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ETN 상장심사 담당 부서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삼성증권이 종목명에 월배당을 붙일 수 있었던 것도 상품 구조를 설명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거래소 구조화증권시장팀 관계자는 "상품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종목명을 정하는데, 분배금 지급 주기가 월 단위로 기존 ETN과 차별화되기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세세한 내용은 투자설명서를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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