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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등록제 폐지…외국인투자자 '증시 허들' 낮춘다

  • 2023.01.24(화) 12:00

외국인 등록제 폐지, 여권만으로 계좌 개설 가능
24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 영문공시 의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면 투자자 등록을 해야 한다. 1992년 도입한 이 제도는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시장에 투자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등록제도 등 외국인 투자자자들이 우리나라 시장에 투자할 때 적용해오던 기존 제도들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외국인 투자 관련 제도를 개선안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공개한 내용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결제 즉시 투자내역 보고 의무 폐지 ▲사후신고만으로 장외거래 가능 범위 확대 ▲영문공시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법인으로 의무화가 골자다. 

30년만에 폐지하는 등록제도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지난 1992년 도입했다. 한국 상장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대신 각 종목별로 전체 주주의 외국인 비중을 10%, 외국인 1명의 투자 지분은 3%라는 한도를 설정했다. 당국은 외국인 투자자 비중과 투자 한도를 관리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사전등록을 요구했는데 이것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투자등록신청서, 본인확인서류, 상임대리인 계약서 등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해당 서류의 번역과 공증도 거쳐야 한다. 

일반 상장사에 대한 한도 제한이 1998년 없어졌지만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투자자 등록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없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자본시장만 유독 과도한 규제가 존재한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외국인 투자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 등록의무를 폐지하고 외국법인은 LEI(법인에게 부여하는 표준 ID), 개인 외국인 투자자는 여권번호만으로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증권사 실명확인만 거치면 계좌개설을 통해 바로 투자가 가능해진다.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

금융위는 또 그동안 활용도가 낮았던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에도 나선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및 증권사 명의로 만들어진 계좌다. 

통합계좌를 활용하면 여러 사람의 주문을 일괄로 받고 결제도 통합계좌를 통해 할 수 있다. 다만 여러 투자자의 투자내역을 결제 즉시 보고해야 한다. 거래편의성을 위해 도입했지만 개별 투자내역을 결제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2017년 제도도입 이후 통합계좌를 활용한 사례는 전무하다. 

이에 금융위는 투자내역 보고의무를 폐지해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대신 감독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투자내역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에 불응하는 경우 제재가 가능하도록 보완규정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통합계좌 활성화 방안은 6개월 간 시범운영을 거칠 예정이다. 

장외거래, 사후신고 범위 확대

외국인 투자자가 상장기업에 투자할 때는 원칙적으로 장내거래를 해야 한다. 장외거래를 하려면 사전에 신고하고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사후신고로 장외거래가 가능한 경우(조건부매매, 직접투자, 스톡옵션, 상속 및 증여, 전환사채 등 행사)도 있었지만 매우 예외적이며 사후신고를 할 때는 서류심사를 거쳐야 했다. 

금융위는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고자 사후신고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조건부매매, 직접투자 등 제한적인 범위만 사후신고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실소유자가 바뀌지 않는 펀드합병, 모자펀드간 이전, 기업합병, 구조개편에 따른 현물출자, 현물배당 등 서류심사 필요성이 낮은 유형도 사후신고 대상에 들어간다. 

영문공시 의무 상장사 확대

기업공시는 투자자가 투자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핵심자료임에도 코스피 상장사 중 한국거래소에 영문공시를 제출하는 비중은 국문공시 제출과 비교해 13.8%에 불과하다. 

사업보고서 등 핵심공시에 들어가는 재무제표도 영문자동번역만 제공하고 있다. 반면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은 기업공시 언어를 영어로 채택하고 있고 대만은 부분적으로 영어공시를 의무화했다. 

금융위는 오는 2024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반드시 영문공시를 의무 제출하도록 할 방침이다. 자산이 10조원 미만인 코스피 상장사더라도 외국인 지분율이 30% 이상이면 영문공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영문공시 의무화 대상은 거래소에 제출하는 주요사항보고서나 결산 공시, 사업보고서 등 법정공시 및 매매거래정지 관련 공시 등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공시들이다.

오는 2026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영문공시 의무화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국제기준에 맞춰 우리나라 자본시장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외국인 투자자의 편의성이 커질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한 외국인 투자자 제도개선안은 올해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거친 뒤 연내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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