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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당한 '에스엠 이사회-카카오', 공개매수 맞불 놓나

  • 2023.02.10(금) 17:19

하이브, 위임의결권으로 이사회 교체 가능성
카카오, 공개매수 맞불시 M&A 명분이 관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에스엠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지분을 매입한데 이어 주식 공개매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경영권 분쟁 판도 속에 하이브가 '게임체인저'로 전격 등판하자 최근 이수만 총괄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에스엠 이사회(경영진)-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카카오' 연대의 입지가 다소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브가 40%에 달하는 높은 지분율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카카오도 공개매수로 반격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의결권 쥐게 된 하이브, 이사회 교체 나설듯

10일 하이브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지분 14.8%를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반주주 대상으로 공개매수도 진행해 지분율을 최대 39.8%까지 높이기로 했다.  

주주명부 폐쇄일은 작년 12월31일로 이미 지났지만, 하이브는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이수만 총괄에게 의결권을 넘겨 받기로 했다. 또한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향후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하이브는 이사회 교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 이사회는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준영 비주얼앤아트센터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인 지창훈 전 대한항공 사장으로 꾸려져 있다. 이들은 모두 올해 3월 임기 만료다.

애초 에스엠 이사회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올해 정기주총에서 서로의 의견을 절충해 이사진을 꾸리기로 했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입성하기로 했다.

에스엠 이사회와 얼라인파트너스의 동맹은 자금력을 가진 카카오가 새로운 우군으로 합류하면서 순탄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하이브의 전격 등판으로 '에스엠 이사회-얼라인-카카오'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7일 에스엠이 추진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 123만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CB)도 1052억원어치(주식전환시 114만주) 취득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이 계약을 마무리하면 카카오는 잠재지분 9.05%를 확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받을 신주는 다음달 24일에 상장이어서 현 이사회의 재선임이 걸린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전환사채는 사모발행이어서 1년 뒤에나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아울러 유상증자 신주 상장이 이뤄지는 3월말이 되더라도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율은 4.9%(유상신주 포함 총발행주식 기준)에 그친다. 여기에 얼라인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1.1%), 에스엠 현 이사진 지분(0.3%)를 더해서 6% 수준이다. 결국 '에스엠 이사회-얼라인파트너스-카카오'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반면 하이브가 공개매수 목표수량을 전량 확보하면 자체 의결권 41.3%(유상신주 포함 총발행주식 기준)를 확보한다. 이수만 총괄 지분 외에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로 확보하는 지분은 별도 위임이 없는 이상 이번 정기주총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향후 얼마든지 임시주총 소집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2023년 에스엠 경영권 분쟁 일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카카오도 공개매수 나서나.. 관건은 명분

이처럼 판도 변화가 급격하게 쏠리는 현상이 예견되면서, 자본시장에서는 카카오도 하이브를 따라 공개매수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만일 카카오도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매수가격은 하이브가 제시한 주당 12만원 보다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실탄은 있다. 카카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실탄이 아니라 카카오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다. 공개매수 신고는 주주총회 의결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그간 자본시장에서 계열사 쪼개기 기업공개(IPO) 등으로 주가 방어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카카오 입장에선 다른 업종의 인수합병(M&A)을 대규모로 진행하기 부담스럽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조원 넘는 실탄은 있어 하이브보다는 인수자금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계열사를 통한 수혈도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인수금이 조 단위에 이르다보니 예산을 넘어선다면 포기할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이수만 총괄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도 변수다. 앞서 지난 8일 이 총괄은 법원에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 수용 여부에 따라 카카오의 신주, 전환사채 인수 계약이 유지될지가 결정된다.

에스엠 이사회와 손을 잡은 얼라인파트너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가 책정한 공개매수 가격에 대해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실행으로 기대되는 이익 상승여력과 비핵심사업, 비영업자산, 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지배구조 효율화를 통한 업사이드 감안할 때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소액주주 지분을 전체가 아닌 일부만 매수하기로 한 점에 대해서도 "하이브가 에스엠의 지분 100%를 보유하지 않게 되면 하이브가 에스엠의 의사결정을 통제하는 가운데 에스엠의 일반주주와 하이브 주주들 간에 이해관계 상충 문제 발생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공격 명분 빼앗긴 이사회 연대

하이브와 이수만 총괄 측이 그간 약점이었던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기로 점은 지분경쟁과 별도로 '이사회-얼라인파트너스-카카오' 측의 공격 명분을 빼앗는 논리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이 에스엠과의 계약이 끝난 후에도 향후 70년간 로열티를 지급하는 계약 조항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위법행위유지 청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하이브와의 주식양수도계약에서 이수만 총괄은 라이크기획에서 나오는 로열티를 포기하기로 했다. 또 이 총괄 일가가 쥐고 있던 관계사들의 지분도 하이브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사의 인수 의지가 중요해졌다. 그간 '반(反) 이수만' 기류가 강했던 주주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어느 쪽이 주주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제시하는지에 따라 주주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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