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한화리츠')가 오는 3월 말 코스피 시장 상장에 나선다.
한화리츠는 한화생명이 최대주주(46.2%)인 '스폰서리츠'로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사옥과 서울·경기지역 한화생명보험 사옥 4곳 등 한화금융 계열사 빌딩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화리츠를 운용하는 한화자산운용은 5개년 평균 6.85%대 배당수익률과 그룹사를 통한 장기임대차 계약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리츠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급격한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리츠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리츠 TOP10 지수는 2일 현재 861.88(오후 2시 기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영향으로 저점(761.87)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9월까지 지수가 1000을 웃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특히 기존 리츠는 낮은 조달금리에서 발생하는 레버리지 효과로 배당수익을 냈다. 반면 금리가 최정점이던 지난해말 자금을 조달해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화리츠는 어떻게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고금리에 자금조달? 경쟁력은 '캡레이트'
리츠는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고 임대료 등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즉 투자한 자산의 임대료가 높을수록 혹은 자산을 매입하기 위한 자금조달 금리가 낮을수록 그 차이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상장한 리츠들은 조달금리가 2%대로 낮아 이 차이만큼이 수익으로 얹어져 6%대 수익률을 거둬왔다.
하지만 한화리츠 조달금리는 5.57%로 기존 상장리츠보다 높다. 저금리에 따른 조달금리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는 셈이다. 하지만 고금리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아진 자산 가격으로 거래해 차이를 메꿨다는 설명이다.
박성순 한화자산운용 리츠사업본부장은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간담회 자리에서 "고금리 상황에서 리츠 상장을 진행했음에도 타 상장리츠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우수한 수익률을 예상하는 이유는 캡레이트가 높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캡레이트(Cap Rate)는 기본적으로 12개월치 평균 예상 임대료 수입과 매입가격을 나눈 값이다. 매입가격 대비 임대료가 어느 정도 수익률로 돌아오는지 따져보는 수치다.
한화운용은 임대료 수입은 자력으로 쉽게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캡레이트가 높다는 것은 자산을 낮은 가격에 거래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리츠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화손보 여의도 사옥의 경우 매입 캡레이트는 4.85%로 여의도 권역 평균 캡레이트(3.1%)에 비해 1.5배 정도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화생명 노원, 평촌, 주동, 구리사옥 역시 평균 6.6%의 캡레이트로 서울 3개 권역외 평균인 4.5%에 비해 1.4배의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만큼 향후 금리가 낮아질 수록 기존 상장 리츠 대비 이익배당이 올라가는 구조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금리가 급격하게 올라 조달금리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자산의 감정평가금액에 대한 눌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과거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매입했다"면서 "자산을 매입한 작년 11월말은 리츠 설정이 어려운 시기였으나 상대적으로 자산매입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고 오히려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하락 예상 시기에는 리츠투자의 최적의 시기로 본다"고 말했다.
단 금리 예상이 쉽지 않은 만큼 리스크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금리가 고점에서 하향할 것을 예상하고 수익률을 계산한만큼 추가적인 금리 상승이나 고금리 상황 지속이 예상보다 오랜기간 유지되면 예상수익률을 밑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향후 금리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맞다"면서 "6%대 배당수익률 가정에는 현재 3.46%(2월 7일 기준)인 3개월 CD기준금리를 5월까지 4.02%, 11월까지 3.77%로 31~56bp 높게 잡아 보수적으로 산정했다"고 말했다.
스폰서리츠 위험…이사회 '투명성'으로 보완
'스폰서리츠'에 대한 시장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대해서도 대안을 내놨다.
스폰서리츠는 대기업, 금융기관이나 연기금 등이 대주주로 참여해 자금조달 자산운용, 시설관리 등을 전반적으로 지원해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여줘 앵커리츠(Anchor REITs)로도 불린다.
말 그대로 모기업이 '스폰서'로 있는 만큼 안정성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스폰서 지분이 높은 만큼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자자의 권리나 이익 보호보단 스폰서 이익을 우선시하는 의사결정에 대한 우려가 있다. 임대료를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등 일반 투자자에게 불이익이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리츠는 이사회 구성에 차별성을 둬 이러한 위험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한화리츠는 스폰서리츠에 대한 우려를 낮추고 거버넌스 투명성을 갖추기 위해 한화계열사 추천이사 2명과 함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기관에서 각각 추천한 이사 2명을 선임, 스폰서와 투자자가 합의한 감독이사(회계사)를 추천해 총 5인의 이사회를 구성한다“면서 ”이사회 투명성을 높여 스폰서리츠에 대한 우려점을 낮췄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관변경, 자산의 매입·매각조건 결정, 자산관리 위탁계약 변경, 사업계획 확정 등 중요도 높은 사안들은 특별결의(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충족)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 비계열 추천이사 2명이 반대하면 이사회 통과도 어렵다. 프리IPO 참여 주주는 미래에셋블라인드펀드(대형 연기금 공제회가 수익자)와 코람코주택도시기금리츠가 참여했다.
CPI 연동 임대료, 변동금리로 금리하락시 유리
향후 수익성과 관련해선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장기 임차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편입자산의 69% 비중을 차지하는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사옥의 임대율은 99.9%, 한화그룹 계열사 임차 비율은 91.7%에 달한다. 한화리츠는 또 새로운 자산으로 한화손보 신설동·서소문사옥을 올해 안, 한화금융센터 서초사옥을 내년, 한화금융센터 63빌딩을 2026년까지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자산 매입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해 대출만기를 1~3년으로 차등화한 점도 기존 상장리츠와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조달금리는 5.57%(가중평균)로 금리 최절정기에 이루어졌지만 1년만기 대출의 경우 고정금리, 2~3년 만기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로 설정해 향후 금리 하향세에 따라 대출 이자 비용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본부장은 "향후 리츠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임대료와 관리비는 중도해지가 불가능한 5년(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7년(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고 임대료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해 상승하는 구조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한화리츠 3월 말 코스피 시장 도전
한화리츠는 오는 3월 6~7일 이틀간 기관 투자자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13~14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이번 공모를 통해 모집할 금액은 약 1160억원(총 2320만주)이다. 이중 1110억원은 회사가 자산 매입시 사용한 단기대출인 브릿지론 상환에 전액 사용한다.
대표주관사는 한화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며, 인수회사로 SK증권이 추가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