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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 안 부럽네' IPO 레코드 쌓는 중형 증권사들

  • 2023.03.16(목) 14:31

알짜기업 상장 레이스 완주…커지는 존재감 
하이·교보·SK도 잇달아 상장 주관 출사표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중형 증권사들의 존재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컬리, 오아시스, 케이뱅크 등 대형 증권사들이 독식한 IPO 대어들의 상장 계획이 잇달아 어그러진 가운데 중형증권사들이 주관한 중소기업들은 상장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하고 있다. 

통상 중형 증권사들은 대형사들과 달리 IPO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지만, 올해는 공모 과정은 물론 상장 이후에도 흥행을 계속하는 등 손색이 없는 성적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비즈워치

돋보인 신영·한화 뚝심…주가도 '쑥'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통신장비 반도체 설계업체인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 7일 코스닥 상장 첫날 장중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에 형성한 후 상한가)을 터치했다. 이후 주가는 조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전일 종가(3만6700원) 기준 공모가(2만2000원)보다 67% 이상의 수익 구간이다. 

이 회사는 상장 이전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모두 네 자릿수 경쟁률을 찍는 등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아냈다. 수요예측에서는 17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범위(1만6000원~2만원) 상단을 10% 초과한 2만2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후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약 2조6400억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경쟁률 1030.65대 1을 기록했다.

자람테크놀로지는 'IPO 삼수생'이다. 주관사 신영증권은 앞선 두 번의 수요예측이 부진하자 구주매출을 없애고 공모가 희망범위도 낮췄다. 결국 최종 공모가는 회사가 직전에 내밀었던 공모가 희망범위(1만8000원~2만2000원) 상단으로 정해졌고, 증시에도 무사히 입성했다. 

DB금융투자도 모처럼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바이오 IPO 첫 주자인 바이오인프라를 지난 2일 코스닥에 상장시킨 데 이어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화장품 제조사 뷰티스킨의 대표 주관사도 맡고 있다. 바이오인프라 역시 앞선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모두 네 자릿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10년여 만에 단독 상장 주관을 맡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한화투자증권이 주관한 곳은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사인 티이엠씨. 출발은 좋지 못했다. 지난 1월 공모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하며 실권주 24만3985주를 공모가인 주당 2만8000원에 떠안아야 했다. 약 68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그러나 이후 반전으로 이목을 끌었다. 티이엠씨 주가가 상장 이후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달에는 4만5000원까지 뛰었다. 최근 주가는 다시 3만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공모가 대비 수익 구간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보호예수 1개월 이후 일부 물량을 매도해 수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교보 2~3년만…SK도 계열분리 후 첫 주관

올해 IPO 레코드를 오랜만에 추가할 중형사들도 한창 대기 중이다. 하이투자증권은 가구 마감재 제조업체인 진영의 상장 주관을 맡았다. 지난 2021년 이노뎁 이후 약 2년 만이다. 진영은 지난달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오는 4월 공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보증권도 2020년 2월 코스닥에 상장한 위세아이텍 이후 3년여 만에 직상장을 주선한다. 이 증권사는 2021년과 2022년 다수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을 주관하기는 했지만 직상장 실적은 전무했다. 교보증권이 이번에 상장을 주선하는 토마토시스템은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경험)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지난 1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앞서 코스닥 이전상장을 염두에 두고 2021년 10월 코넥스 시장을 먼저 찾았는데 당시 지정자문인이 교보증권이었다. 

SK증권은 2018년 SK그룹 계열분리 이후 처음으로 IPO 대표 주관업무를 맡는다.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인공지능(AI) 안면인식 전문업체 씨유박스 상장에 신한투자증권과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SK증권은 계열분리 직전인 2018년 6월 유전자 분석업체 이원다이애그노믹스의 상장을 단독 주선한 이후 SK바이오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SK그룹 딜에 인수단으로 참여는 했지만, 주관 실적은 0건이었다. 때문에 회사로서는 이번 씨유박스의 성공 여부가 중요해졌다. 

이외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에 대해서도 이들 중형사는 주선인으로 나선 상태다. 반도체 소재 제조사인 시지트로닉스는 유안타증권, 와인 수입업체인 나라셀라는 신영증권이 각각 주관을 맡았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종합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정통 IB는 반드시 가져가야 할 부분"이라며 "IPO 대어들은 상장을 철회하고, 알짜기업에 우호적인 최근 시장에서는 특히 손 놓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증시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투자자들도 공모가에 더 민감해졌다"며 "중형사들이 공모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은 강소기업들을 주관하고 여기에 투자자들이 더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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