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국주식 주간거래 독점 체제가 깨지면서 증권가의 투자자 유치 경쟁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미 지난달부터 증권사 다수가 미국주식 낮 중개에 합류한 가운데 이들은 더 긴 거래시간이나 낮은 수수료 등으로 투자자 유치에 한창이다. 최근 서학개미들이 다시 지갑을 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토스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증권사 9곳이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개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신한투자증권도 합류했다. 삼성증권과 미국 핀테크 업체인 블루오션의 독점계약이 지난달 만료되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낮 거래 중개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삼성증권은 블루오션이 운용하는 대체거래소(ATS)를 통해 국내 최초로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현지 법인이 블루오션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같은 해 10월 업계에서 두번째로 미국주식 주간거래 중개를 개시했다. 이로써 현재 증권사 11곳이 이 시장에 참전한 상태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간 우리 시간으로 오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이하 서머타임 적용 기준)까지 미국 정규시장 거래를 중개했다. 이외 정규시장 직전의 프리마켓(오후 5시~오후 10시30분)과 애프터마켓(오전 5~7시)을 운영했다. 그간 서학개미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웠던 이유다.
그러나 주요 증권사들이 주간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제 미국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
일단 주간거래 시간은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대에 집중돼 있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메리츠증권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미래에셋증권과 교보증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15분까지다. 이외 토스증권(오전 9시~오후 4시50분), 신한투자증권(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도 이 시간대를 공략 중이다.
이들보다 한 시간가량 늦게 서비스를 시작하는 증권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오전 10시~오후 4시, 비서머타임 동일)과 KB증권(오전 10시~오후 3시30분), 한화투자증권(오전 10시~오후 4시20분)이다.
NH투자증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가장 길다. 프리마켓(오후 5시~10시30분), 정규장(오후 10시30분~오전 5시), 애프터마켓(오전 5~9시) 서비스 시간을 감안하면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미국주식 24시간 매매가 가능한 증권사다.
미국주식 주간거래 수수료에도 인하 경쟁이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신규 계좌 개설이나 해외주식 첫 거래 대상자에게 수수료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통상 증권사 해외주식 매매 수수료는 0.25% 수준이다. 1000만원어치 주식을 매수한 후 다시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수수료로만 5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증권사의 수수료 혜택을 적용하면 적게는 0.15%포인트에서 많게는 0.2%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다.
교보증권은 연말까지 해외주식 계좌 신규 개설자를 대상으로 0.05%의 미국주식 거래 수수료를 적용한다. 업계에서 가장 낮다. 1000만원짜리 주식을 사고판다면 1만원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한화투자증권은 내달 28일까지 첫 해외주식 거래를 한 투자자에게 거래 당일부터 1년간 0.069%의 미국주식 거래 수수료 혜택을 준다. 증권사 중 두번째로 저렴한 수수료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은 미국주식 거래 수수료율이 최저 0.07%다. 세부적인 조건이나 기간은 다르지만 신규·휴면 계좌가 타깃이다. 이외 한국투자증권(매도는 0.0908%)과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이 0.09%, 토스증권은 0.10%다.
증권사들이 미국주식 거래에 이처럼 열을 올리는 건 서학개미들이 최근 다시 지갑을 열고 있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결제금액은 지난 24일 기준 639억1465만달러(한화 약 83조2808억원)로 작년 4분기(602억7111달러)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내 미국주식 결제규모는 작년 1분기 891만4028달러에서 계속 쪼그라든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평생 무료 이벤트 등으로 제로 수수료에 가까워진 국내주식과 달리 미국주식은 수수료가 더 비싸고 마진이 높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주간거래는 특히 증권사 대부분이 이제 막 뛰어든 초기 단계여서 선점을 위한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에 일부 증권사는 미국주식을 필두로 외화증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덕에 수익 방어를 했다"며 "니즈가 꾸준한 만큼 (경쟁할) 유인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