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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제2 하한가 사태…이번엔 뭐가 달랐나 

  • 2023.06.15(목) 14:31

공통점은 낮은 주식유통량에 주가 우상향하다 폭락
CFD계좌 매도는 아닌 듯…사측 답변은 죄다 "모른다"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한 주가조작 사태가 발생한지 한 달여 만에 또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터졌다. 연루된 5개 종목(동일산업, 동일금속, 방림, 대한방직, 만호제강) 모두 유통량이 적고 최근 3년간 주가가 우상향하다가 동반 추락한 것이어서 '제2 하한가' 사태가 아니냐는 시장의 의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특정 증권사 창구에 매도 물량이 집중되지 않은 점 등 자세한 전말에 대해선 금융당국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픽=비즈워치

'평균 44%' 낮은 유통주식 비율·3년 우상향서 '뚝'

먼저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얼마 전 발생한 CFD를 악용한 주가조작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관련 종목들의 유통가능 주식비율이 모두 50% 미만일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이 비율이 낮으면 그만큼 주가는 적은 거래량으로도 큰 폭의 등락을 보일 수 있다. 주가조작이 좀 더 쉬워진다는 얘기다. 

실제 전일 오전 11시46분께 가장 먼저 하한가로 내려간 방림은 유통주식 수가 전체의 47.17%이고, 두번째로 폭락한 동일금속은 34.29%에 불과하다. 이어 차례대로 하한가에 진입한 동일산업(43.55%), 대한방직(42.21%) 역시 유통 가능 물량이 적다. 만호제강(54.41%)은 이들 중 유일하게 유통가능 주식비율이 50%를 넘지만, 유통주식 수 자체가 225만8015주에 그친다.

지난 4월 하한가를 썼던 8개 종목의 유통가능 주식비율도 다올투자증권(71.75%)을 제외하곤 모두 50%를 밑돌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이들의 유통가능 주식비율 평균치는 40.54%로, 이번 5개 종목 평균(44.32%)과 큰 차이가 없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 2~3년간 주가가 꾸준히 오르다 한번에 폭락했다는 점도 비슷한 부분이다. 특히 동일산업과 만호제강, 방림은 2020년 3월20일 모두 5년래 최저점을 쓴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동일산업은 지난달 26일, 만호제강은 이달 2일 최고치를 기록해 비슷한 시기에 고점을 찍었다. 해당 기간 상승폭은 각각 498.95%, 580%에 달한다. 방림은 작년 11월25일(8570원)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일 종가(7450원) 기준으로도 수익률은 이미 571.17%에 달한다. 

나머지 대한방직과 동일금속도 중간에 소폭의 부침은 있었지만 2020년 6월과 9월 각각 3년래 최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올라 전일 종가 기준 각각 74.77%, 169.39%의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 4월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도 앞서 비슷한 기간 주가가 5~20배까지 오르다 폭락한 바 있다. 

이번엔 키움·미래·신한·KB 분산…온라인 카페가 진원지?

다만 이번 급락 종목들에 대한 매도는 지난번처럼 특정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집중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전일 이들 종목을 하한가로 끌어내린 매도 물량은 국내 여러 대형 증권사 창구에서 나왔다. 만호제강과 동일금속은 키움증권, 방림은 미래에셋증권, 동일산업은 신한투자증권, 대한방직은 KB증권에서 각각 매도 물량이 '집중' 출회됐다. 

현재로선 CFD 계좌와 연계된 폭락 또한 아닐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권사 CFD 계좌를 통해 나온 매도 물량은 통상 다시 외국계 증권사 계좌로 집계돼 잡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CFD 계좌를 통한 물량이 아닌 것을 내부적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한 온라인 주식투자 커뮤니티 운영자가 주가를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한가를 맞은 5개 종목이 이 커뮤니티 운영자인 강 모씨가 그간 투자자들에게 추천하거나 언급한 종목들과 일치해서다. 그는 앞서 주가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원의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바 있다.

강 씨는 이날 오전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제일 마지막에 제일 비싸게 매수하는 사람조차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종목만 카페에 소개해드린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공개해왔다"며 "제대로 된 주주행동주의를 통한 성공사례를 꼭 만들어 보고 싶었고, 성공을 위해 기꺼이 헌신해 주신 분들이 마치 주가조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 했다는 모욕적인 루머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들 5개 종목에 대해 이날부터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또한 동일금속, 방림, 만호제강 등 3개 종목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5개사는 이날 일제히 "확인된 바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방림은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사실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이 없다"며 "주가의 급격한 하락과 관련한 원인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언론의 보도내용을 더 상세히 파악하기 위해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공시했다. 

대한방직, 만호제강, 동일산업 또한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고, 동일금속도 "(주가폭락과 관련해) 회사가 인지하고 있는 사항은 없으며, 각종 매체에 보도된 내용들과 무관하다"고 공시했다. 

동일금속과 만호제강 관계자는 비즈워치와의 통화에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주가가 폭락할) 아무 이유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CFD를 악용한 주가폭락 사태의 여진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터지자 금융당국도 관련 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폭락 이전에 금융감독원이 이미 일부 종목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원인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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