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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매도 못하고 물렸다'…폭락주 매매정지만이 능사?

  • 2023.06.17(토) 08:02

하한가 5개 종목 불공정거래 부인에도 '무기한' 정지
'어차피 쩜하' 자조…재산권 침해 국민청원까지 등장
한국거래소 "투자자 편익 더 큰 쪽으로 결정한 것" 

동일산업 등 무더기 하한가 5개 종목이 폭락 하루 만에 이례적으로 거래정지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손실은 예정됐는데 바로 다음 거래일부터 거래가 무기한 중단돼 손절매할 겨를도 없이 돈이 묶였다. 

특히 주가조작 의심을 받고 있는 이상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추가 하한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투자자들이 당장 반대매매는 피했을지언정 사실상 확정된 손실을 무기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번 종목들의 하한가 잔량이 지난 4월 SG증권발 폭락사태 때와는 다르게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주주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미봉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다만 거래정지를 결정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투자자의 편익이 더 큰쪽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픽=비즈워치

해명에도 거래정지 계속…"발 묶였다" 국민청원까지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일산업, 대한방직, 만호제강, 방림, 동일금속 5개 종목은 이틀째 주식 매매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 14일 장중 무더기 하한가로 불공정거래 의혹이 일면서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15일부터 매매거래 정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들 5개사는 전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일제히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해 확인된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동일금속과 만호제강 관계자는 비즈워치와의 통화에서도 "회사 내부적으로도 (주가가 폭락할) 아무 이유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해명에도 거래는 재개되지 못했다. 

각종 주식커뮤니티 종목토론방에는 당장 발이 묶인 투자자들의 호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방림의 한 투자자는 "아르바이트 2년으로 모은 1000만원이 물렸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다른 투자자도 "5000주가 묶였다"며 "손절매해 본전이라도 건지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게 됐다"고 밝혔다. 관련해 국민동의청원도 올라왔다. 개인투자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 권한을 손봐달라는 내용이다. 

이들 5개사의 소액주주는 1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방림이 3540명(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가장 많고 만호(2209명, 올해 1분기 말 기준)와 동일금속(1840명, 이하 작년 말 기준)도 2000명 내외다. 이어 동일산업(968명), 대한방직(761명) 순이다. 여느 대형주 대비로는 적은 인원이지만 그렇다고 등한시할 수도 없는 규모다. 

물론 하한가 마감 하루 만에 매매거래가 정지되면서 투자자들은 일단 반대매매 청산을 피했다. 담보부족계좌에서 일어나는 반대매매는 빚을 내 산 주식이 이처럼 단기간에 폭락해 투자자의 자산이 증권사가 정한 담보비율 밑으로 떨어질 때 일어난다. 개장과 동시에 전날 종가 대비 20~30% 낮은 금액에 매도 주문이 나가기 때문에 이는 다시 추가 하락과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를 수 있다. 

"유예 불과" VS "모두 만족시킬 순 없어"

하지만 검찰과 금융당국이 5개 종목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 주가조작 의심 정황을 포착해 수사 및 조사에 착수한 만큼, 시장에서는 거래정지가 풀리더라도 추가 하한가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른 반대매매 또한 피할 수 없는 절차로 보고 있다.

결국 지금의 거래정지는 일종의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투자자는 "거래를 막아놓고 수사 등으로 낙인을 찍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거래가 재개되면 다들 물량을 던질테고 추가 하한가, 반대매매 악순환이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5개 종목의 하한가 잔량이 지난 SG증권발 폭락사태 때와는 달리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봤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실제 지난 14일 만호제강의 하한가 잔량은 1만9276주에 불과했고 동일산업도 6만4797주에 그쳤다. 동일금속과 대한방직은 각각 18만6586주, 18만9818주로 모두 18만주대였다. 다만 방림은 127만2898주로 적지 않은 규모였다. 

이번 거래정지의 결정 주체인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도 이런 상황을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결국 거래를 정지했을 때 발생할 투자자 편익이 더욱 크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5개사의 무더기 하한가가 나오자마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계속 면밀하게 협의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거래정지 이전에 투자자들의 재산권 침해 부분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하한가 이후 향후 주가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부분이고 일단 지난 4월과 유사한 형태라고 가정해 거래를 중단하는 게 더 큰 투자자 피해를 막는 방향이라고 봤다"며 "모든 투자자의 입장을 만족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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