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이 미국 로봇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가 저평가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오전 11시 4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22.2% 오른 12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IG넥스원의 급등은 미국 로봇기업 고스트로보틱스코퍼레이션(GRC)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8일 장 마감 후 GRC 지분 60%를 총 3149억원에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취득목적은 미래성장 플랫폼 확보 및 미국 방산시장 진출이라고 설명했다.
GRC는 지난 2015년 설립된 미국의 로봇 전문 기업이다. 주요 제품은 4족 보행로봇(로봇 개) '비전60'이다. 비전60은 군용으로 특화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IG넥스원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개인투자자들의 출자를 받아 인수목적회사를 만들어 GRC를 인수한다. LIG넥스원은 1876억원을 투자해 지분 36%를 확보한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개인은 각각 24%, 0.42%의 지분을 갖는다.
이번 지분취득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방산기술과 로봇기술의 시너지가 더해지며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저평가된 주가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계기가 생겼다는 점에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수금액이 회사의 재무규모에 비해 무리한 수준이라 할 수 없고 인수 대상이 기존 사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수는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로봇 섹터에 대해 과도한 프리미엄 멀티플을 적용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외비 국방기술 사업(비닉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로 방위섹터에서 저평가를 받는 LIG넥스원의 멀티플 정상화를 시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로봇 기업 중 군사 목적 활용이 가능한 GRC를 인수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나 '애니보틱스' 등 미국의 주요 로봇 기업들은 군사 목적의 로봇 활용을 보이콧 하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GRC는 군사용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부상 중"이라며 "LIG넥스원의 이번 투자는 선제적인 기술 투자 및 사업 아이템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다만 GRC와 국내 독점계약을 체결한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GRT)와 관계로 인해 국내 로봇 생산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단기적 주가 상승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GRC 인수는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의 향후 성장에 긍정적이나 국내에서 이미 비전60을 판매중인 업체와의 향후 관계 등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상존하기 때문에 이번 인수로 인한 과도한 주가 상승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IG넥스원의 취득목적을 감안하면 당장 국내 판권은 GRT가 가지고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국내 개발, 생산, 판매를 위해서는 GRT의 판권 소멸 때까지 기다리거나 인수하는 등의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