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반도체 관련주 급락으로 투자자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코스피 2700 돌파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반도체 주가 급락은 펀더멘털 약화가 아닌 단순 차익실현 심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의 데이터 소비 촉진 정책으로 메모리 반도체인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코스피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지난 주말 미국 반도체 관련주 급락의 중심에는 그동안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왔던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엔비디아는 지난 8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5.55% 급락한 875.2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관련주 급락 이유로 "반도체 칩 관련 매출 둔화가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펀더멘털 변화라기보다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극도의 과열 국면 진입이 단기 급락의 이유"라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매출 전반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주 급락 현상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아닌 AI 반도체 기업에 국한될 것으로 봤다. 이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메모리 반도체 기업도 단기 등락은 불가피하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실제 지난 주말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낙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주가 흐름도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주말 17만원을 넘어선 SK하이닉스가 급격한 변동성 확대에 시달리더라도 삼성전자 주가가 버텨준다면 상황변화에 따라 코스피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AI 관련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독점력을 지니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 회사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가격메리트가 코스피 추가 반등 시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5.73%이지만, 삼성전자의 비중은 20.04%에 달한다.
중국 양회에서 공개한 정부업무보고도 주목할 변수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가장 두드러진 항목은 (AI 플러스 정책을 강조)한 데이터 경제와 소비시장 지원 방안"이라며 "AI의 사업영역을 영위, 확장하거나 진출 예정인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소비 개선이 가시화할 경우 IT, 반도체, 이차전지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중국 정부의 발표는 특히 삼성전자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업, 종합 IT기업의 이미지가 강하면서도 한국의 대표기업"이라며 "반도체 업황의 영향력도 크지만, 수출 변수에 민감도가 높다. 중국 경기불안심리가 진정되고, 대중국 수출 회복 기대가 유입될 경우 삼성전자 주가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차별적인 반등 시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2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종가(7만3300원)보다 900원(1.23%) 하락한 7만2400원,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17만1900원)보다 5300원(3.08%) 떨어진 16만66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