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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스팩(SPAC)투자' 주의보…IPO처럼 심사 강화

  • 2024.04.03(수) 17:30

미국 스팩상장 21년 613건→23년 31건으로 크게 감소
루시드‧위워크 등 스팩기업 주가 폭락하고 파산 신청도
미 SEC, IPO수준으로 스팩기업 공시 강화 등 제도개선
한국도 스팩기업 상장무산‧실적치 괴리 등 부작용 다수

미국도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투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스팩 합병에 성공해 상장까지 했지만 주가가 대거 폭락하고 파산신청까지 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기록하면서다. 

스팩기업들이 부진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건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스팩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합병까지 갔다가 무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페이퍼컴퍼니인 스팩은 자금을 모아 일단 주식시장에 상장한 뒤 적절한 비상장기업을 찾아 합병한다. 일반적인 기업공개(IPO)보다 주식시장 입성이 쉽다. 합병대상 비상장법인에겐 우회상장 통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스팩 상장기업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스팩에 대한 보다 주의 깊은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루시드‧위워크 등 스팩기업 주가 폭락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1일 '미국 SPAC 시장 부진에 따른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신뢰 구축을 위한 SEC의 규제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에서도 스팩 투자에 대한 투자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 전후로 스팩 시장이 과열되면서 투자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스팩기업들에 대해 집단 소송까지 하면서 스팩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가 매우 떨어진 상황이다. 

2020년 기준 미국의 스팩상장은 248건이었지만 2021년에는 613건으로 2.5배 늘었다. 한때 미국 전체 상장건수의 63%를 차지할 정도로 성행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86건, 2023년에는 31건으로 최근 스팩상장이 크게 줄어들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종은 연구위원은 "전기차 업체 루시드,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 등 스팩 합병에 성공한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거나 파산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팩 상장을 주선하는 은행 입장에서도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하면서 법정다툼에 휘말리는 등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스팩 주선 자체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스팩시장이 크게 하락하자 스팩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의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2021년 중순에는 스팩지수 하락에 따라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인 쇼트 디-스팩(Short De-SPAC) ETF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미 SEC, 기존 IPO수준으로 스팩기업 공시 강화 

이처럼 부진한 스팩시장으로 투자자 피해가 나오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스팩 시장 신뢰회복을 위해 투자자 보호 강화에 나섰다. 스팩 및 디-스팩(De-SPAC, 대상기업을 찾아 합병절차를 밟는 것) 관련 법제를 재정비한 것이다. 지난 2022년 3월 규제안을 만든 뒤 지난 1월 24일 SEC를 통과했다. 

SEC는 스팩을 설립한 발기인에 지불하는 비용, 예상되는 이해상충요소, 합병 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주주 지분율 감소에 따른 지분 희석 여부 등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위험 요소들을 공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스팩 상장과 합병 대상 기업을 찾는 과정(디-스팩)에 대해서도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반드시 공시하도록 했다. 

또 스팩기업들은 발기인과 관련 회사(외부평가법인 등), 스팩기업, 합병 주관사가 일반 주주와의 사이에서 분쟁이 생길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한다. 스팩기업들은 SPAC의 피인수 기업에 대한 전망 근거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기업의 매출 및 영업이익에 대한 추정치를 높게 잡아 고평가하려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합병시 예측치에 대한 법적 책임을 기존 IPO와 같은 수준으로 강화했다.

그동안 스팩을 기업 간 합병으로 간주해 피합병 기업의 실적이나 이익 추정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었다. 그러나 SEC의 제도개선으로 전통적인 IPO와 마찬가지로 기업 가치평가에 대한 책임을 지게 만든 것이다. 한국도 스팩주가 반토막…상장 무산 이어져 

스팩시장의 부진함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대형 스팩합병으로 점쳐졌던 NH스팩20호와 크리에이츠는 합병을 추진했지만 지난 2월 상장을 철회했다. 크리에이츠는 NH스팩20호와 합병해 현금 500억원을 확보하려 했으나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국 합병이 무산됐다.

NH스팩25호도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과 합병하려 했으나 한국거래소 합병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아 합병에 실패했다. 

스팩 상장 후 초반에는 주가가 크게 오르다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도 다수 나타난다. 최근 상장한 하나31호스팩, BNK제2호스팩, SK증권11호스팩 등은 장 초반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6월 스팩 종목에도 가격제한폭 확대(400%)를 적용하면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금감원은 신규 상장 스팩의 상장일 주가 급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주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스팩 상장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가 실제 실적과는 차이가 큰 괴리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스팩상장 기업 139개를 조사한 결과 평균 매출액 추정치는 571억원이나 실제 액수는 479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평균 추정치는 106억원이었으나 실제로는 44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스팩상장 기업의 미래 영업실적 추정치를 공시할 때 회계법인 평가이력 등을 넣도록 공시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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