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프로젝트 수주와 관련,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자 무섭게 치솟던 주가가 한풀 꺾였다. 수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이틀간 19% 폭등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29일 3.9% 하락 마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급증 흐름 속에 두산에너빌리티의 수혜도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8일 장 마감 후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SMR 공급과 관련, 당사의 기자재 납품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이번 공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최대 규모의 SMR 업체인 뉴스케일파워의 SMR 프로젝트에 50조원 규모의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튜브 등을 납품한다고 알려진 데 대한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큰 폭으로 치솟았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 24일 1만8260원에서 1영업일 후인 27일 2만13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하루 만에 16.7%나 주가가 뛰었다. 그다음 날인 28일도 2.3%(500원)로 추가 상승하면서 2만1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수급을 보면 이틀간 외국인과 기관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외국인은 이 회사 주식을 1537억원어치, 기관은 37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1906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러나 수주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소식 이후 29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하락 전환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장중 매매공방을 벌이다 전날보다 850원(3.9%) 낮은 2만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 하락세를 이끈건 기관이다. 기관이 총 60억원어치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5억원, 3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여전히 우호적이다. 인공지능(AI) 확대로 전력 수요가 늘면서 원자력 발전이 떠오를 것이란 전망망 속에 두산에너빌리티도 중장기적 AI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 센터 전력 급증과 원자력 발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전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전력 소비량은 전체 전력 수요의 2%에 해당하는 460테라와트시(TWh)였다"면서 "모건스탠리는 2022년 수치를 기준으로 2027년에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데이터 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조달 수요와 에너지 확보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원자력이 전력을 만드는 무탄소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가 스타트업이었던 2019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지분투자를 시작했다. 2019년과 2021년 총 2000억원 규모로 투자하면서 회사가 수주하는 프로젝트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기로 합의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28일 보고서에서 "수주금액과 기간은 미정이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약 370억달러 규모의 SMR건설 프로젝트에 원자로, 증기발생기튜브 등을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SMR 시장 개회시 국내 참여업체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전날 공시에서 "뉴스케일파워에 지분 투자한 전략적 투자자로서 뉴스케일파워가 수주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일정 규모의 기자재를 공급할 권리가 있다"며 "이 내용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이나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