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7000명의 회계사를 대표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새 수장에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됐다.
신외감법(외부감사법 개정) 입법을 주도한 최운열 신임 회장은 도입 6년째를 맞은 '신외감법 체제 수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만큼 회계업계가 신외감법 존속과 관련해 느끼는 위기감이 높다는 방증이다. 회계기본법 제정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취임 직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제70회 정기총회를 열고 제47대 한공회 회장 투표를 진행했다.
선거권이 있는 회원 2만2304명 중 1만406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최운열 신임 회장은 6478표(46.1%)를 얻었다. 최 신임회장과 함께 후보로 나선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장과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는 각각 3599표(25.6%), 3988표(28.4%)씩 받았다.
선출 부회장직에는 문병무 미래회계법인 대표이사, 감사 직에는 박근서 성현회계법인 대표이사가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최운열 신임 회장은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해 2026년 6월까지 2년간 회장 자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 신임 회장은 당선 직후 참석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공회 회장으로 당선시켜 주신 회계사 여러분의 간절한 소망이 무엇인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알게 됐고, 이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외감법이 당분간 왜 지속되어야 하는지, 신외감법 시행 과정에서 법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면서 파생된 문제가 무엇인지, 감리 과정에서 회원들이 느낀 문제점을 잘 파악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을 만나서도 신외감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 신임회장은 정기 총회 종료 이후 진행된 출입기자 상견례회에서 "국회에서 외감법을 발의, 심의하는 과정에서 기업인들의 불만과 항의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감사 비용이 40억원에서 신외감법이 시행되면 400억원까지 올라갈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며 "그런데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인도가 제고돼 1조원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이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기업 경영을 활성화하려면 회계투명성을 먼저 제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신임 회장은 "규제당국이나 NGO 등 단체에서 규제완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회계투명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나 창업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규제완화를 위해서라도 회계투명성 제고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면제 카드를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회계업계를 대표해 반대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신임 회장은 "정부와 갈등을 갖는 한이 있더라도 (대화를 나눠)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은 'or'(또는)가 아니라 'and'(그리고)의 개념으로 가야한다"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포기해버리면 밸류업이 아니라 밸류다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당국과 만나 대화를 하면 해결된다고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공약으로 내세운 회계기본법(가제)도 TF 설치 등을 통해 임기 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신임 회장은 "회계정책을 다루는 금융위 공무원이 6명인데 감사원 지적을 받아 더 축소될 위기에 처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며 "회계사들의 영역인데도 다른 자격증 소지자에 의해 금융회사 직역이 점점 잠식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모든 것을 담아 제대로 근본이 있는 법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며 "취임 후 TF를 구성하고 한국회계학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계획을 설명했다.
회계법인 감리를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과의 관계 재정립 과제에 대해서는 소통능력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최 신임 회장은 "국회에 있을 당시 정부 관료들이 정치인 중 가장 대화하기 쉬운 의원이라고 했다"며 "평소 교류를 잘하고 있고 능력을 인정받아 관료생활을 해온 윤창호 부회장도 있기 때문에 힘을 합치면 큰 문제없이 이끌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어 "금감원장 역시 법조계에 있을 때부터 회계투명성에 대해 저보다 문제의식이 강할 것이기 때문에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앞으로 공감대가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