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가 운영하는 대표포털 '정부24'에서도 다수의 인터넷주소(도메인)가 접속되지 않고, 영리사이트로 연결되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일부는 해외 도박사이트로 이어지거나, 게임사이트로 연결되기도 했다. '정부24'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는 본지 취재이후 최근에야 해당 도메인을 수정·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대표사이트인 '정부24'는 각종 서류 발급·조회, 보조금 신청 등 민원서비스는 물론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누리집(인터넷 홈페이지) 검색 기능도 제공한다.
비즈워치는 지난 8월 '정부24'에서 안내하는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누리집 1만4988개를 전수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본지가 보도한 [버려진 공공사이트] 시리즈 후속보도로 진행한 것이다.
앞서 본지는 행안부가 KRDS(Korea Design System)사이트 내에서 안내하고 있던 5826개 공공도메인 중 일부가 불법도박‧성인용품 사이트로 연결되는 등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단독]불법도박사이트 안내하는 여가부 공식 누리집(7월 8일)
7월 보도 이후 행안부는 본지와 국회(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KRDS 공공도메인 검색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전반적인 검토를 거처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관련기사: 정부, 불법사이트 색출한다…도메인준칙도 개선 검토(7월 19일)
하지만 본지가 '정부24'에서 소개하는 1만4998개 도메인을 새롭게 조사한 결과, 여전히 유사한 문제가 나타났다. '정부24'는 KRDS보다 더 많은 공공도메인을 소개하는데다 명실상부 정부 공식 홈페이지란 점에서 더 높은 신뢰성을 가져야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조사 결과, '정부24'에서 소개하는 정부·지자체 등 공공도메인 1만4988개(8월 기준) 중 765개(전체 도메인의 5.1%)가 문제있는 도메인으로 확인됐다.
다수의 사이트가 접속 불가능한 상태였고, 그중에는 영리사이트로 연결되는 곳도 있었다. 사이트 이름을 잘못 표기한 단순 오류도 있었다. 심지어 불법도박사이트와 게임사이트로 연결되는 도메인도 버젓이 안내했다.도메인 눌렀더니 베트남 도박사이트가 떡하니
'정부24'에서 공공기관으로 안내하는 '한국자원정보서비스'를 검색하면 'http://www.kores.net'이라는 도메인 주소가 뜬다. '정부24'를 관리하는 행안부는 해당 도메인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KOMIS한국자원정보서비스 홈페이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래 화면처럼 실제 주소를 클릭하면 베트남어로 된 온라인도박사이트로 이어졌다.
뿐만이 아니다. '정부24'에서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소마미술관'도 공공기관으로 분류해 안내하고 있는데, 해당 도메인(https://pemainsolo.com)을 클릭하면 버젓이 불법게임사이트로 연결됐다.
본지가 '정부24' 전수조사를 진행하던 8월은 물론 최근은 10월초까지도 해당 도메인은 도박·게임사이트로 이어졌다. 다만 최근 행안부는 해당 사이트가 잘못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도메인을 수정한 상태다. 현재는 모두 정상적인 홈페이지로 접속되고 있다.
공공사이트가 모델하우스‧패션‧판촉물사이트로 변질
문제는 더 있다. 다수의 도메인이 '정부24'에서 소개하는 목적인 '공공사이트'가 아닌 영리목적 사이트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24' 누리집 검색화면에서 '석면피해구제센터'를 찾아보면 2개의 주소가 뜬다.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입장에선 어떤 사이트가 제대로 된 사이트인지 접속해야만 알 수 있다. 첫번째 도메인(http://www.adrc.or.kr)을 접속하면 환경부 산하기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석면피해구제시스템 주소가 뜬다.
하지만 두번째 도메인(http://www.env-relief.or.kr)을 접속하면 아파트 모델하우스 안내 페이지로 이어진다. 해당 주소는 2010년~2011년 당시 석면피해구제정보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어 왔지만, 사용기간 만료후 현재 아파트 모델하우스로 변질됐다.
정부대표포털인 '정부24'에서 아파트 모델하우스 홍보 사이트를 안내하는 상황도 황당하지만, 해당사이트가 사용중인 도메인(or.kr)은 비영리목적으로만 써야하는 주소다.
해당 도메인은 남모씨라는 개인이 지난 2021년 10월 등록해 지금까지 사용중이다. 도메인 사용 종료일은 2025년 10월로 아직도 1년의 사용기간이 남아있다. 엄연히 비영리목적의 or.kr도메인이지만 수년째 개인이 영리목적으로 사용중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행안부가 공공기관으로 분류하는 '경상남도 창원축구센터' 홈페이지(http://changwonfc.or.kr)는 볼펜·우산·물티슈 등 판촉물을 판매하는 영리사이트로 바뀌었다. 역시 영리기관이 'or.kr' 도메인을 사용중이다. 해당 도메인은 지난해 1월 박 모씨가 등록한 것으로 사용종료일은 내년 1월 25일까지다.
이러한 사례는 본지가 그동안 [버려진 공공사이트]보도를 통해 여러차례 지적해온 공공도메인 사전·사후 관리 부실의 증거다.
우리나라 인터넷주소정책을 결정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는 최근 'or.kr' 도메인을 개인 또는 일반법인이 사용하지 못하고, '비영리법인·단체'만 사용하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은 인터넷주소정책위가 지난 9월 13일 의결한 '제7차 인터넷주소 기본계획'내 '도메인이름 관리준칙' 개정안에 포함됐다. ▷관련기사: [단독]정부, 인터넷주소 'or.kr' 등록자격 강화한다…개인·영리법인 사용불가(10월 10일)
다만 개정 내용은 10월말 부터 적용한다. 지금도 'or.kr' 도메인을 사용중인 개인·영리법인에게는 사후약방문이다. 인터넷주소정책 실무를 담당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사후조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24'에서 소개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홈페이지(http://www.kier-wind.org)는 전혀 연관이 없는 패션 관련 업체의 홈페이지로 바뀐 상태다. 이 역시 비영리기관 및 단체가 주로 사용하는 '.org' 주소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양현고'를 '양형위원회'로 안내…헌법기관 주소도 오류
'정부24'가 안내하는 공공사이트가 불법 또는 영리목적사이트로 변질된 것 외에도 기재 오류도 상당수 발견됐다.
특히 국가기관 도메인 마저도 잘못된 주소로 안내하기도 했다. 대법원 산하 국가연구기관 '양형위원회'의 홈페이지 주소는 'sc.scourt.go.kr'이다. 하지만 '정부24'는 전북 전주에 있는 양현고등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yanghyeon-h) 주소를 '양형위원회'로 안내해놓았다. 본지 취재이후 지금은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주소가 원래 주소로 수정된 상태다.
이미 사이트가 폐쇄된 지 오래된 사이트를 지금도 운영중인 사이트로 안내하는 사례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는 이미 폐쇄된지 오래지만 행안부는 여전히 관련 사이트로 안내 중이다. '혼자하는 소송 법률지원센터' 홈페이지 역시 사이트 개편으로 새로운 도메인이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수의 학교 홈페이지도 접속이 되지 않았다. '정부24'를 관리하는 행안부는 접속이 되지 않았던 다수의 학교 홈페이지 주소를 최근에야 수정했다. 다만 이 역시 본지 취재 이후 수정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행안부의 정부24 누리집 역시 관리가 미비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적 KTB투자증권?…관리가 이뤄지고는 있는건가
'정부24'가 안내하는 공공도메인 검색사이트의 관리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드는 사례도 있다. 현재 정부24 정부‧지자체 누리집에서 'KTB투자증권'을 공공기관으로 분류해 도메인을 안내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현 다올투자증권이다. KTB투자증권은 1981년 정부출자로 설립됐지만 1999년 민영화되어 현재는 이병철 대표이사가 지분 24.82%를 가지고 있는 민간기업이다.
민영화된지 20년이 훌쩍 넘었고, 회사 이름마저 바뀐지 오래지만 '정부24'에서는 KTB투자증권을 공공기관으로 분류해 안내중인 것이다. 정부대표포털 '정부24'가 안내하는 정부·지자체 누리집 검색기능의 관리가 주기적·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행정안전부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미 지난 7월 KRDS 사이트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 해당 페이지를 폐쇄까지 했는데 '정부24' 사이트에서 같은 문제가 또 발생했다"며 "'정부24'는 대한민국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핵심 플랫폼이라는 측면에서 사안이 좀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전자정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24' 사이트 유지 관리에 대한 꼼꼼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