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보유 채권 매각으로 운용수익을 끌어올린 덕분에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작년보다 50% 성장했다.
부동산 시장이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가운데 기업금융(IB) 수수료는 1년 전보다 후퇴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인수합병(M&A) 딜을 꾸준히 주선하며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4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753억원으로 48.9% 늘었다. 1~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447억원, 54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23.1%, 13.8%씩 증가한 규모다.
자회사 메리츠캐피탈을 제외하고 증권이 벌어들인 별도 순영업수익은 340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 늘었다. 이는 자산운용 수익이 3배 성장한 덕분이다. 자산운용 수익은 메리츠증권이 3분기 중 올린 순영업수익의 38%를 차지했다.
자산운용 수익이 작년보다 대폭 성장한 건 보유 채권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 덕분이다. 다만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파생상품의 발행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관련 운용수익은 뒷걸음 쳤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13일 컨퍼런스콜에서 "채권 트레이딩은 금리 방향성에 대한 베팅보다는 상대가치 거래, 차익 거래 및 마켓 메이킹 등 절대 수익 추구 전략의 비중이 크다"며 "4분기에는 금리 인하 여부에 관계없이 견조한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IB 수수료는 작년보다 9.8% 줄었다. 회사의 주력 사업인 부동산 금융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9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기록했다. 이를 뒷받침한 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 주관과 대출 중개다. 메리츠증권은 3분기 동안 서울 종로구 공평지구 PF 대출 및 리파이낸싱(1조2000억원), 부산 해운대 센텀 공동주택 PF 대출(1조원),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호텔담보대출 리파이낸싱(5900억원) 등을 주선했다. 또한 폴라리스쉬핑 대출 3400억원, 한양증권 M&A 관련 인수금융 및 인수확약(LOC) 제공 1040억 등 기업금융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신규 딜 측면에서 PF 시장은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양질의 빅딜을 수행하고 있으며, 기업금융 부문의 딜소싱 및 투자 역량 확대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PF 대출 이자 등을 포함한 금융수지는 작년보다 22% 줄었다. 대출금 관련 이자수익과 RP 매수 수익은 1년 전보다 늘었지만, 신용공여 관련 이자가 절반 가량 줄었다.
메리츠증권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리테일은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국내 증시 거래량이 주저앉은 영향을 받아 위탁매매 수수료는 5.6% 감소했다. 자산관리(WM) 수수료는 2% 성장하는데 그쳤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순자본비율(NCR)은 1252%로 전년동기대비 367%포인트 하락했다. 레버리지비율은 845%로 71%포인트 악화됐다.
김종민 대표는 NCR 하락 원인에 대해 "충당금, 대출 자산 관련 위험액이 증가한 영향으로 영업용 순자본이 감소하고 총 위험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9월 말 연결 기준 신NCR은 1252%, 구NCR은 152%로 전분기 대비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NCR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신종자본증권을 9월에 1400억원 발행했고 11월 중 2900억원을 추가 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메리츠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초대형 IB 지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종민 대표는 "조달 창구의 다변화 효과를 고려해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거나 진행 중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종투사 제도 개선이 예고돼 있는 만큼, 바뀐 제도에 맞춰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