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인 임시주주총회를 한 달여 앞두고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용락 사외이사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임 사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열린 이사회에 연속 불참해왔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임시주총 안건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의 수 상한 설정 등 정관변경 안건과 함께 해당 안건 가·부결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을 올렸다.
이 가운데 집중투표제와 함께 이사회 정원을 최대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이 통과한 것을 전제로 한 '2호 안건'을 보면 특이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호 안건은 이사회 정원 19명을 전제로 집중투표 방식으로 신규 이사 7명을 선임하는 것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이며 이들은 최소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이사진이다. 따라서 이사회 정원을 19명으로 묶어둔다면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최대 6명만 선임할 수 있음에도 고려아연은 7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에 앞서 한 명의 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할 예정이고, 따라서 이사회 인원이 13명에서 12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전제로 7명을 선임하는 것이라 밝혔다.
일신상 사유로 사임하는 이사는 현재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용락 사외이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 이사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로 1년 이상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가 최근 고려아연 이사회에 8회 연속 불참해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실제 성용락 이사는 지난 10월 2일 열린 이사회부터 10월11일, 10월30일, 11월8일, 11월13일, 11월25일, 12월3일, 12월23일까지 8번의 이사회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해당 날짜는 영풍·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열린 이사회이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10월2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결정 (10월30일), 임시주총 소집 및 안건 정정(12월3일, 23일)을 결의하는 이사회에 모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위원장이라는 주요 직책을 맡고 있음에도 해당 이사회에 모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불참'이란 형식을 통해 본인의 의사를 간접 표시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감사원 출신의 성용락 이사는 감사원 사무총장을 거처 2013년 감사원장 직무대행을 지냈고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재직중이다. 2020년 고려아연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된 이후 2022년 재선임(2년), 2024년 재선임(2년)을 거쳐 2026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