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방탄법 논란이 제기됐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발의 15일만에 초고속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가운데 일부 내용을 법사위가 수정하는 방식으로 제동을 걸었고, 이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앞서 본지는 지난 23일 '[단독]고려아연 방탄법?…국회, 산업기술보호법 졸속처리 논란' 보도를 통해 해당 법안의 모호성과 함께 이례적으로 빠른 처리 속도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24일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올라온 국회 각 상임위 소관 법안 79건을 심사하고 73건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올라온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상임위 원안대로 처리하지 않고, 법사위에서 문구 수정을 거쳐 수정 가결했다.
해당 법안은 이철규 산자위원장이 지난달 8일 발의 후 15일(영업일 기준) 만인 28일 산자위를 초고속으로 통과하며 졸속처리 논란이 불거졌던 법안이다. 이철규 위원장이 해당 법안을 국회법 제58조제4항에 따라 소위원회에 직접 부치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안건에 대한 위원회 상정, 제안설명, 심사 및 찬반 토론 과정 없이 소위원회에 부치면서다.
▷관련기사: [단독]고려아연 방탄법?…국회, 산업기술보호법 졸속처리 논란(12월 23일)
이 법안은 산업기술보호법 11조의2 4항을 수정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해당 조항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해외 인수·합병시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관계중앙행정기관(산업통상자원부)의 장과 협의한 후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해당 문구를 '국가안보 및 국민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검토해 승인할 수 있도록 고치려 했다.
산자위 법안소위원회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하던 해당 법안은 지난달 28일 열린 산자위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처음으로 지적을 받았다.
김종민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쟁점이 있는 법안을 한 달 만에 통과시키면 안 되고 찬반 토론을 충분히 진행해야 한다는 점, 법안의 문구인 '국민경제적 파급효과 등'의 의미가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점, 구체적인 개념을 정부(시행령)에 위임하는 것도 위헌이라는 지적을 했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에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면서 '위인설법'이란 단어도 거론됐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도 해당 법안은 이철규 위원장의 원안대로 산자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올라갔다. 다만 법사위에서는 제동을 걸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해당 법안의 문구가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다.
정청래 위원장은 2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경제적 파급효과 등은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 '국가안보 및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을 붙여 제한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게 좋겠다"며, 김원이 산자위 간사에게도 관련 내용 수정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동찬 법사위 전문위원도 "유사 입법례(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는 수출에 대한 심사기준과는 달리 해외인수·합병 등의 경우에는 국가·경제 안보를 심사기준으로 규정해 구별하고 있다"며 "(국민경제 파급효과등 이라는) 포괄적인 기준을 추가적으로 도입할 경우 외국인투자에 있어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주무부처 수장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동의했고, 법사위는 '국가안보 및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란 내용으로 법안을 수정해 가결했다. 판단이 모호한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를 해당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산업기술 유출 방지라는 개념으로 명확히 설정한 것이다.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의 수정안인)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란 개념도 굉장히 추상적 표현으로 보여진다"며 "이를 도입할 경우 외국인 투자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확대한다는 점을 해소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해당 법안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법안에 대해 산자위에서 내용의 모호성을 지적했던 김종민 의원은 기권으로 의사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