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셀트리온, 엘엔에프'...너도 나도 감액배당, 과세 전환 가능성도

  • 2025.03.07(금) 09:00

과세체계 사각지대 감액배당..올해 정기주총 안건 급증
이익잉여금 있어도 자본 헐어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식
전문가들 "이상한 세법...과세 체계 개편 가능성 높아"

비과세 배당으로 구분되는 '감액배당' 붐이 일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감액배당의 과세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이 많지 않을 때에는 논의가 없다가 대상이 급격히 늘면, 세법 미비가 확인되면서 과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초 논란이 됐던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의 배당재투자 과세문제와 외국납부세액공제의 세법 개정 사례가 대표적이다.

감액배당의 경우 대상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함께 세법 체계가 빈약하다는 문제도 겹쳐 있다. 자본준비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하는 '감액배당'의 경우 투자원본을 돌려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배당소득세를 물지 않고 있는데 법 적용에 허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선진국들은 이익잉여금부터 순차적으로 배당하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익잉여금이 있더라도 회사가 임의로 자본준비금을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회사가 임의로 재무구조를 해쳐가면서 주주 그리고 대주주의 비과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그래픽=비즈워치

주총 단골 안건 된 '감액배당'..."세금 안 뗍니다" 홍보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유독 눈에 띄는 안건은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이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25일 주총 모집공고에서 6200억원의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 배당재원으로 돌리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공고했다.

비슷한 시기 일동제약은 1200억원, HS효성은 3000억원, 엘엔에프는 4770억원이 넘는 자본준비금 감액을 주총안건으로 보고했다.

이들 공고에는 자본준비금을 감액하는 만큼 이익잉여금은 증가하며, 세법에 따라 비과세 배당금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돼 있다.

개인 주주는 배당소득세 15.4%를 원천징수하지 않기 때문에 배당금 100%를 수령하며, 최대 49.5%를 떼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도 아니므로 "세금이 없다"는 공지도 따라 붙었다.

★ 최근 자본준비금 감액 주총안건 공시

셀트리온 2025.2.25 주총공고/ 자본준비금 감액(6200억원)
일동제약 2025.2.25 주총공고/ 자본준비금 감액(1200억원)
HS효성 2025.2.26 주총공고/ 자본준비금 감액(3000억원)
케이씨씨글라스 2025.2.27 주총공고/ 자본준비금 감액(923억원)
동아쏘시오홀딩스 2025.2.28 주총공고/ 자본준비금 감액(1000억원)
엘엔에프 2025.3.4 주총공고/ 자본준비금 감액(4776억원)

이익 아닌 출자금 떼 줘...대주주에게 절대적 유리

감액 배당도 일반 배당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주주에게 배당을 주는 것은 같다. 하지만 보통의 배당과는 재원이 다르다. 

일반 배당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번 이익을 재원으로 하는데, 감액배당은 주주가 회사를 위해 낸 투자원금을 반환하는 형식이다. 이익분배가 아니라 출자금 반환인 것이다.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당소득세를 떼이지 않고, 금융종합소득과세 대상에서도 빠지도록 정해 놓고 있다.

자연히 세금이 없는 꿈같은 배당으로 비춰지지만, 감액배당의 이면도 눈여겨 봐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투자한 출자원금을 헐어서 수시로 드나드는 또 다른 주주들에게 나눠준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대주주나 사주 일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는 특징도 있다. 

법인이 감액배당을 받으면 법인세 과세가 미뤄지는 과세이연효과가 발생하고, 대주주의 경우 배당효과가 극대화되는데다 배당소득세와 최고세율에 해당하는 금융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다.

출자원본이 깎이면 추후 주식 양도차익이 커져서 양도세 부담이 생기는데, 국내 주식 양도세를 걱정해야할 대주주 역시 주식 양도에 대한 유인이 낮아서 사실상 세금 걱정은 크지 않다.

일부 대주주들은 감액배당을 상속 및 증여 승계재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고배당주로 유명한 신영증권은 지난해 84억원대 자본준비금을 감액했는데, 대주주의 배당금 실수령액을 늘려 승계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감액배당을 과도하게 하는 경우 재무건전성을 해치고, 기업의 미래 성장여력이 축소되는 문제도 생긴다. 2010년대부터 감액배당을 해 감액배당의 원조격으로 꼽히는 쌍용C&E(옛 쌍용양회)는 대규모 배당지출 등으로 신용평가 등급이 깎이기도 했다. 

회사 맘대로 감액해도 비과세...세법 개정여지 많아

감액배당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감액배당 과세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에서 세법개정의 여지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회사에 이익잉여금이 있는 경우 무조건 이익잉여금부터 배당이 나가도록 하고, 일본은 이익잉여금과 자본준비금의 비율대로 안분해 감액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익잉여금이 있더라도 자본준비금부터 감액할 수 있도록 회사에 선택권을 주고 있다.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만 초과하면 감액이 가능하고, 배당금은 비과세 된다.

동국대학교 오종문 교수는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더라도 회사가 임의로 선택해서 출자원본에서 감액해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상당히 이상한 세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당국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일부 법개정도 했지만 입법미비가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이 감액배당을 받는 경우에는 법인소득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투자원본을 초과하는 감액에 대해서만 규제했고 그마저도 개인에 대한 세법 정비는 없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감액배당에 대한 과세방식을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서 달리 정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소득세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은데 최근 금융자산에 대한 정부 입법동향을 보면 과세체계 정비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