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검사 과정에서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 기업회생 준비 시점에 대해 그간 MBK파트너스가 주장해온 것과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거 동양사태, LIG사태처럼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홈플러스를 대상으로 한 회계심사에서도 불법을 포착해 감리로 전환하기로 했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 부문 부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을 열고 "신용평가 등급 하향 가능성 인지, 기업 회생 신청 경위 및 신청 등에 대해 그간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해명과 다른 정황이 발견되는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며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검사도 최근 기간을 연장하고 검사 인력도 증원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19일부터 함용일 부원장 지휘 아래 홈플러스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금감원은 조사1국을 중심으로 조사, 검사, 감리, 금융안정지원반 등 4개반으로 TF를 구성해 홈플러스 사태를 강도높게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이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부분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언제 인지하고 언제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준비했는지다.
이는 카드 채무를 기초자산을 한 전자단기사채 발행과도 이어진다. 자본시장법 178조에 따르면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해 금융상품 모집, 사모, 매출을 한 경우 부정거래 금지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신용평가사, 신영증권을 시작으로 홈플러스 회계심사, MBK파트너스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한지 2주만에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 회생절차 계획 시점과 관련해 MBK파트너스 측의 주장과 상반된 정황 증거를 포착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그동안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 강등(A3→A3-)이 확정 공시된 지난 2월 28일부터 회생 절차 신청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혀왔다.
함용일 부원장은 "홈플러스가 언제 (등급하락을) 인지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 날짜(홈플러스가 주장하는 회생절차 준비 시점인 2월28일) 이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일 해당 혐의가 확정될 경우, 과거 동양사태나 LIG사태처럼 사기적 부정거래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함 부원장은 "MBK파트너스까지 연관이 있다면 어차피 (MBK파트너스도) 검사 대상이어서 행정제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단채 판매와 관련해 인지하고도 발행했는지는 확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권사들이 홈플러스를 대상으로 고소, 고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책임소재를 가릴 때는 홈플러스 임원을 겸직 중인 김광일 부회장이 사기적 발행 관련자라면 소속은 'MBK파트너스'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 부원장은 또 "사기적 부정거래가 초점이긴 하지만 신영증권이 발행 주관사로서 전단채 인수과정에서 적정의무를 다했는지 조사 중"이라며 "신용평가사도 등급 회수와 등급 평가의 적정성도 별개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홈플러스를 대상으로 한 회계심사에서도 회계처리 기준 위반 가능성을 포착해 회계감리로 전환했다. 함 부원장은 "감리 이전에 회계심사 과정에서 회계처리 위반 개연성이 높으면 감리에 착수할 수 있는데 개연성이 높아 감리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함 부원장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검찰로 이첩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당장 급하게 진행할 건 아니다"라며 "우선은 금감원의 폭넓은 기초조사가 충분하면 수사가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어 현 단계를 충실히 마무리하는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홈플러스 발행 상환전환우선주식(RCPS)와 관련,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피해 현황 조사에 대해선 "국민연금 스스로 판단할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지분을 획득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한 RCPS에 5826억원을 투자했으나 홈플러스의 갑작스러운 회생신청으로 대규모 손실 위기에 놓였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의 변제가 후순위로 밀려난 배경으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부채율을 줄이기 위해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권을 거둬갔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요구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금감원은 향후 회사가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 중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 △증자 시점 및 자금 사용 목적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여부 △증자 전후 한화그룹이 계열사 지분 구조를 재편한 배경 △지분 재편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 내용을 충분히 기재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함 부원장은 "증자를 전후한 자금의 이동, 가업승계 관련 증여 등 여러 사안들이 어떻게 증자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사회가 그러한 상황을 감안해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한 과정을 투자자들에게 세세히 설명하라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며 "그 이후에도 신고서 내용이 불성실하고 불충분하다면 심사자가 증자와 관련해 당연히 재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또 상장지수펀드(ETF) 마케팅 과열 현상에 대해서도 점검을 예고했다. 함 부원장은 "최근에는 시장을 선도해야 할 대형 운용사들이 운용 역량이나 수익률 경쟁보다는 시장 점유율 확보에만 집중해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된 것을 심히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며 "펀드 투자자의 이익 제고가 아닌 순위 경쟁만을 위해 일부 경쟁 상품을 타겟팅한 노이즈 마케팅이 계속 반복되는 경우, 관련 운용사에 보수 결정 체계 및 펀드 간 이해, 상품 관리 실태 전반에 대해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과도한 마케팅 경쟁 △커버드콜 등 비정형 ETF에 대한 상품 설계·판매·운용 관리 체계 △투자자에 대한 충실한 제공 및 유동성공급자(LP) 관리 등을 종합한 ETF 제도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날 최근 결산과정에서 매출을 과대계상한 사실이 드러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도 회계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9~2023년까지 외환거래 수익의 회계 처리 오류가 발견돼 5년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매출액을 5조7000억원 어치를 일제히 정정했다. 함 부원장은 "심사에 착수해 고의성을 살펴보고 감리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