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구글이 서로의 특허를 '통 크게' 공유키로 한 것은 세계적인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업체간 협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정보통신(IT) 업계가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뿐만 아니라 거실(스마트 홈)로 사업을 확장하는 분위기에서 두 회사가 앞으로 협력할 여지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이번 특허 공유가 두 회사의 '공동의 적'인 애플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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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IT 업체간 협력..'MS+인텔' 동맹에 비유돼
두 회사의 특허공유는 쟁쟁한 실력자간의 '맞손잡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1위 자리에 오른 업체들이다.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지난 2011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30% 이상의 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 역시 세계최대 인터넷 기업이자 모바일 OS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는 81%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폰 10대 가운데 8대 이상은 안드로이드 폰이라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세계적인 기업간 협력이라는 점에서 이번 특허공유를 '제 2의 윈텔(Wintel) 동맹'으로 보고 있다. 윈텔(Wintel)은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와 인텔(Intel)의 합성어다. 마치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전략적 제휴를 맺고 PC 산업에서 독점력을 키워온 것과 비견될 만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있으나 앞으로 손잡을 분야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지금의 '스마트폰 시대' 이후에는 가전제품과 모바일기기 등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스마트홈(smarthome)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TV와 냉장고 등 가전 제품 분야의 강자인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스마트홈을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삼아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마침 구글도 안드로이드 OS를 내걸고 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앞서 구글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스마트폰홈 관련 업체인 네스트랩스를 32억달러(약 3조4048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네스트랩스의 대표 제품은 가정용 실내 온도조절기다. 구글은 스마트TV를 비롯해 가전제품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면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모바일에서 거실로 주무대를 옮기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서도 영역이 겹치고 있다. 삼성그룹은 바이오 사업을 신수종으로 정하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구글 역시 의료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구글의 비밀 연구소 ‘구글X’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회의를 갖고 체온, 심박수 등을 확인하는 바이오센서를 구글 글래스에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번 특허공유를 통해 두 회사는 서로의 특허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미래의 제품·기술 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 삼성 '독자노선' 움직임 완충장치 역할
삼성전자와 구글은 기존에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연결고리로 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두 회사가 한발 더 나아가 서로의 특허까지 공유키로 한 것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해서다.
구글에 삼성전자는 최고의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제조사다. 구글은 비록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자회사로 확보하고 있으나 삼성전자의 막강한 제조력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턱없이 약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특허공유는 삼성전자가 구글 진영에서의 이탈을 막기 위한 완충 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OS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최근 '타이젠' OS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타이젠은 새 OS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품으로, 성공할 경우 독자 노선을 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글로서는 삼성전자와 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 특허 공유라는 통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역시 세계최대 인터넷 기업이자 모바일 OS 시장의 강자 구글이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OS인 '바다' 등을 만들면서 자체적으로 SW 사업을 강화해 왔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안드로이드라는 막강한 생태계를 등에 업고 소프트웨어 개발과 앱의 지원을 받을 여지가 여전히 많다.
더구나 삼성전자로서는 수년째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을 확실하게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구글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하다. 구글은 지난 2011년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모토로라가 보유한 통신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세계 10여개국에서 애플과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