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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를 가다]③성장 키워드는 'M&A'

  • 2014.06.05(목) 07:52

구글 등 공격적 인수합병..성장활로 모색
'창업-성장-매각-재창업' 선순환 만들어

[샌프란시스코 =  임일곤 기자] 실리콘밸리가 '창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것은 그만큼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로부터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될성 부른 떡잎은 대기업들이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하며 사들인다. 떡잎을 키운 창업자들은 매각 이익으로 새로운 사업에 재도전한다. '창업-성장-매각-재창업'의 선순환 구조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배경이다.

 

구글을 비롯해 오라클과 IBM,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에 터를 잡은 공룡 기업들은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 업체를 빨아들인다. IT산업 특성상 변화 주기가 짧기 때문에 방심하면 곧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어서다.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고 신성장 동력을 장착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인수합병(M&A)이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이 인수합병에 들인 금액이나 건수는 상당하다. 지난 1998년 설립된 구글은 2004년 기업공개(IPO) 이후 진공 청소기처럼 크고 작은 업체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 본사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1월까지 최근 3년간 176억달러(한화 18조원)를 들여 127건의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이는 이전 3년치(2008년~2011년) 보다 두배 이상 많다. 비록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블랙스톤 그룹이 인수합병에 쏟아부은 금액(각각 176억달러, 623억달러)보다 적으나 구글의 짧은 역사(16년)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큰 규모라 할 수 있다.

 

구글은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2011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기업 사냥에 나섰다. 이 기간에 53건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IT 업계에서 구글은 '딜 머신(Deal-Machine)'으로 불리는데 이처럼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구글은 앞으로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 최대 300억달러(약 31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구글은 해외에 쌓아놓은 막대한 현금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질문에 이같이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인수합병을 통해 냉장고와 자동차 계기판, 온도조절장치, 안경, 시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구글 못지 않게 활발한 인수합병을 펼치는 곳이 오라클이다. 오라클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인수합병을 선호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0년대에 들어 피플소프트(103억달러), 시벨시스템즈(58.5억달러 ) 하이페리온(33억달러) 등 굵은 거래를 성사시켰다. 2010년에는 하드웨어업체 선 마이크로시스템즈(74억달러)까지 먹어치우면서 먹성을 자랑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IBM 역시 최근 3년간 122개 기업을 인수해 구글 다음으로 많은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PC 운영체제(OS) 대표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2년간 155개 기업을 인수했다. 구글에 밀려 존재감을 잃어버렸던 야후도 지난 2012년 마리사 메이어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작년 한해 동안 크고 작은 기업 22곳을 사들였다.

 

'샛별' 기업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이 같은 행렬에 가세했다. 지난 2004년 설립된 페이스북은 현재까지 40여개 업체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사진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10억달러)이나 북미 최대 인맥구축서비스(SNS) 왓츠앱(16억달러) 인수는 조 단위의 뭉치돈이 거래된 것이어서 IT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트위터도 SNS 상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만 5건 이상의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들이 최근 몇년간 사들인 곳은 대부분 차세대 기술과 관련된 곳이 많다. 최근 인터넷 업계의 관심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쏠리면서 이와 관련된 신생 IT업체들이 먹잇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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