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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탑재 앱 삭제가능 법제화…'앱시트' 나올까

  • 2016.09.23(금) 10:39

방통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글로벌 OS 사업자, 국내법 준수여부 '주목'
삭제 앱 기준에도 '촉각'

스마트폰에 선(先)탑재된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할 수 있는 사용자 권리를 법이 보장하게 되면서 제조사·운영체제(OS)사업자·이동통신사 등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나뉠 전망이다. 정부가 스마트폰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소프트웨어의 삭제를 부당하게 막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하면서다.
 

 

◇ 구글 태도 변화 '주목'


23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문제없이 거칠 경우 이르면 10월 초, 늦어도 연내 시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대 관심은 국내 모바일 OS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구글의 태도 변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대부분이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쓰고 있고, 국내 제조사·이통사들과 달리 구글은 지난 2014년 한국 정부가 내놓은 '선택 앱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있어서다. 이 가이드라인은 스마트폰에 선탑재되는 앱을 필수 앱과 선택 앱으로 구분하고, 선택 앱은 이용자가 삭제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구글 앱은 최신 단말기 기준 11개에 달한다. 스마트폰 사용자 손으로는 지울 수 없게 설정돼 있다.

 

특히 구글이 선탑재한 앱들은 웹브라우저, 클라우드, 메일, 지도, 동영상, 앱 장터 등 모바일 시장의 핵심 먹거리여서 국내 사업자들의 불만이 많다. 실제로 삼성전자 갤럭시S7, 갤럭시노트7에 선탑재된 구글 앱을 보면, 크롬(Chrome), 드라이브, 지메일(Gmail), 구글(Google), 행아웃, 지도, 사진, '플레이(Play) 무비&TV', Play 뮤직, Play 스토어, 유튜브(YouTube) 등이다. 이런 까닭에 네이버, 카카오(다음)와 같은 포털 업체들은 구글의 선탑재 앱과 관련 지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으나, 무혐의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정부는 구글이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선탑재 앱 관련 조치는 과거에 내놓은 가이드라인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강제성이 있는 성격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스마트폰 사용자 권리를 제고하는 관점에서 봐야 하므로 사업자들과 협의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구글도 국내법의 취지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그러나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애플 또한 '사진', '지도', '메시지', '건강' 등의 삭제 불가능한 앱을 선탑재 하고 있어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법 준수 여부가 주목된다.

 

 

◇ 국내 사업자 영향은…


국내 사업자들도 이번 개정안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삭제 가능 앱의 기준이 강화될 경우 사용자 대량 이탈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2013년 한국갤럽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7.8%가 선탑재 앱을 삭제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고 답했다. 개정안 시행으로 이른바 선탑재 앱시트(앱 탈퇴·App Exit)가 벌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갤럭시S7 등 최신 스마트폰에 선탑재하는 자사 앱은 26개 정도인데, 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 등 수익 창출과 연결된 앱도 포함돼 있다. 삭제할 수 없는 선탑재 앱은 카메라, 알람·시간, 연락처, 이메일, 갤럭시 앱스(GALAXY Apps), 갤러리, 인터넷, 메시지, 내 파일, 전화, S 플래너, S 보이스, 삼성페이, 설정, DMB 등 15개에 달한다.

이동통신사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자사 버전의 스마트폰에 선탑재하는 앱에는 멤버십 등 자사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앱도 있으나, 앱 장터나 동영상 서비스 등 실적과 연관된 앱도 수두룩하다. 

 

SK텔레콤의 경우 선탑재 앱이 18개다. 삭제할 수 없는 앱은 T 서비스, 모바일 T 월드, T 전화, 티스토어(T store) 등 4개에 불과하지만, 삭제 가능한 건 시럽(Syrup) 월렛, 티맵(T map), T 연락처, 스마트 청구서, 티클라우드(T cloud), 티가드(T guard), T데이터 쿠폰, 옥수수(oksusu), 멜론(MelOn), 네이트, T 멤버십, '오케이 캐쉬백'(OK Cashbag), 11번가, 쇼킹딜 등 14개다.

 

KT는 15개가 선탑재 앱인데 올레마켓, 올레 고객센터, 올레 와이파이(WiFi) 접속, 클립(Clip) 등 4개는 지울 수 없다. 클립(CliP) 혜택, 액세서리샵, 지니뮤직, 올레tv 모바일, 올레 내비, 후후, 올레 마켓 웹툰, 올레 멤버십, 올레 패밀리 박스, K쇼핑, 알약 등 11개는 지울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15개가 선탑재 앱이다. 유플러스(U+)스토어, 비디오포탈, 고객센터, 유플러스박스(U+Box) 등은 지울 수 없다. 유플러스페이지(U+Page), 통화도우미, 엠넷(Mnet), 스마트월렛, 유플러스내비 리얼(U+Navi Real), 페이나우(Paynow), 유플릭스무비, 알약, tv G 직캠, Uwa, IoT@Home 등은 삭제 가능하다.

 

 

◇ '삭제 가능 앱' 기준 상향될까


정부가 새롭게 정하는 '삭제 가능한 선탑재 앱 기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방통위는 '스마트폰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소프트웨어의 삭제를 부당하게 막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기준에 따라 미래부 등 정부부처와 관련 업계, 사회적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기준을 정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존 가이드라인보다 엄격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사용자와 사업자 관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루뭉술한 개념인 '부당하게 막는 행위'를 엄밀하게 따져 규정하는 일도 과제다. 방통위는 개정안에 따르지 않는 사업자에는 스마트폰 사용자 이익 침해 정도에 따라 과징금 또는 시정명령 등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스마트폰에 이번 시행령이 적용될지는 검토 대상이다. 2014년 당시에도 저장 데이터 소실과 부팅 불가 등 스마트폰 안정성 문제를 이유로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출시되는 스마트폰에만 적용했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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