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보는 스마트한 눈' 비즈니스워치는 카카오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4134)을 통해 '중국 MCN 커머스 전략 보고서'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 중입니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중국 상하이와 국내를 오가며 양국 MCN(멀티채널네트워크)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크리에이터 등을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MCN과 커머스 업계 종사자는 물론 중국 관련 사업과 관계된 모든 분들이 관심을 가질 최신 동향을 현지에서 담아 온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다만, 4월3일부터 5월12일까지 연재되는 이 콘텐츠는 펀딩에 참여한 독자 여러분을 대상으로만 100% 오픈되는 부분 유료 콘셉트입니다. 그러나 이번 연휴를 맞아 그동안 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서 무료로 공개됐던 기사 일부를 선보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 장유진 씨. [사진=김동훈 기자] |
방송인 장유진 씨는 중국 모바일 생방송을 국내 어떤 사람보다 오래 경험했습니다. 작년 2월부터 현재까지 1년이 넘도록 다양한 중국 동영상 플랫폼과 중국인 시청자를 경험한 크리에이터(1인 창작자)입니다.
국내 방송 경험도 많습니다. KBS N이 지난 2010년 선보인 '스타메이킹 MC 서바이벌 황금 마이크'에서 톱 10에 선정된 이후 KBS, MBC 등에서 리포터로 활약하고 다양한 방송 플랫폼에서 아나운서, 쇼호스트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심지어 PD로 활동한 경력도 있으니 중국에 진출하려는 MCN 관련 사업자나 크리에이터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다는 판단입니다. 중국 방송 관련 전문가로 유진희 한국MCN협회 사무국장의 추천을 받을 정도죠. 유진 씨와 진행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습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아나운서나 리포터보다는 여러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연기자나 많은 사람에게 힐링을 주는 가수와 같은 연예인을 꿈꿨어요. 노래는 좀 했죠. 제가 사실 대학 시절에 가수 '테이'가 소속된 회사에서 '세이'로 데뷔할 뻔한 사람입니다. (웃음) 집에서는 반대했습니다."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방송이 적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돌이켜보면 뭔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걸 좋아했습니다. 혼자 영상을 만들고 컴퓨터도 잘 만졌죠. 지난 2011년에는 외주 제작사에서 PD로 일하면서 방송 프로그램을 홍콩이나 중국에 팔기도 했어요."
"오래 전이지만, 고교 시절에는 윈앰프 플레이어로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을 했어요. 라디오 DJ를 따라 하는 식이었습니다. 여성 1인 크리에이터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김이브' 씨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을 시작한 셈이죠. 그때부터 아무나 방송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저의 방송으로 여러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이게 결국 MCN이고 크리에이터 아니겠어요?"
"그런데 한동안 인터넷 방송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안 좋더군요. 저 또한 인터넷 방송을 너무 하고 싶어서 지난 2010년쯤 '최군'과 프로그램을 함께하기도 했는데, 이런 시선이 있어서 혹시 인터넷 방송을 하면 지상파 방송일이 떨어질까 걱정했던 게 사실입니다. 지상파 방송을 하다가 인터넷 방송을 하면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가는 사람이라는 인식도 있었고요."
"인터넷 방송을 본격적으로 한 건 지난 2013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더 늦어지면 시작도 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죠. 그때도 편견을 깨기엔 빨랐던 것 같아요. 지난 2014년에는 BBOTV라는 인터넷 방송을 지인 2명과 함께 했는데요. 남자친구가, 회사가 하지 말라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죠."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있었어요.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가 라이브 방송을 하려고 했는데 원활하게 되지 않더군요. 그래도 나만의 콘텐츠를 하려면 인터넷 방송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고 출연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핑계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방송을 주제로 대학원 논문을 쓰겠다는 핑계였죠. 그리고 서서히 인터넷 방송에 대한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 장유진 씨가 출연한 일반 방송들. |
2. 지상파 방송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다가 인터넷 방송을 하려면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잘할 자신이 없었는데 했어요. 기존 방송에 익숙해진 저희 틀을 깨기 위해서였죠. 일반적인 방송은 기본 틀이 있어 하면 안 되는 게 많잖아요. 심의에 어긋나는 것이나 공공성도 고려해야 하죠. 사람이 주인공이라기보단 콘텐츠가 주인공인 게 일반적인 방송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1인 미디어는 나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죠. 인터넷 방송을 하려면 틀을 깨고 인간 장유진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잘 안 되더군요. 2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틀을 깨는 게. 변화하는 데 시간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1인 미디어 활동을 할 때 방송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많은 경우 1인 미디어를 할 때 창작자의 취향으로 시작합니다. 저도 제가 좋아하는 걸 해야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게 여행입니다. 시청자 대신 여행해주는 아바타가 되려고 했죠.작년 9월부터는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방송 명칭은 '유진TV'(u'zine TV)라고 해요. 유어 매거진이라는 뜻인데요. 당신을 위한, 당신 맞춤형 방송이란 의미와 함께 제 이름 유진을 담았죠."
4. 국내 인터넷 방송 경험은 어땠나요
"현재 페이스북 라이브를 자주 하고 있고요. 파트너 BJ로 활동한 아프리카TV는 중단한지 오래됐어요. 스토커가 생겨서. 현장에 나가서 방송을 하니까 그곳에 나타나거나 집 앞에도. 미행한 것 같아요. 이사도 많이 다녔어요. 저는 유명하지도 않은데 말이죠. 억울하니 유명해지자고 마음먹었죠. 판도라TV와도 일종의 홈쇼핑과 유사한 라이브 커머스 관련 파트너십 계약을 했어요. 지난 2015년 4월부터는 국내 MCN 트레져헌터와 계약하기도 했죠."
"제 인생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급부상하는 중국을 모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똑같은 방송 콘텐츠를 하더라도 시장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은 곳에서 하자는 생각이었고요. 또 중국 내 한류 열풍의 끝물이라도 경험해보자는 생각도 있었죠. 공부를 해보니 중국 내 한류 열풍이 일본에서처럼 될 것 같더라고요. 일본인들이 여전히 한류를 좋아하지만 과거의 열풍만큼은 아니죠. 중국은 아직 진출한 사람도 별로 없어 진입장벽도 그만큼 낮았고요. 중국어를 거의 못해도 가능했으니까요. 기회가 오면 잡겠다는 생각이었죠."
"중국에 진출한 MCN 업체 'HSMCN'을 '노답PD'란 분을 통해 소개받았어요. 지난해 2월 장유TV(문어방송)에서 중국 방송을 처음 해보니 괜찮겠다 싶어서 주변에 방송하는 친구들 6명에게도 같이 하자고 했죠. 장유TV에 나가자마자 1등을 했어요. 8000명이 동시 접속했죠. 그런데 '노래나 부르지 왜 밖에 나가냐'는 반응이 있었어요. 그쪽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아니었던 거죠."
"그해 3월에 롱주라는 플랫폼으로 옮겨 3개월 가까이 해봤더니 동시 접속자가 20만명으로 증가하더군요. 제 방송 콘셉트가 그 플랫폼 사용자 특성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플랫폼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플랫폼 시청자의 취향 등을 파악하고 시작하는 게 좋겠어요. 이밖에 또위, 와이와이 등에서도 했어요. 주로 한복 입고 한류 콘텐츠를 보여줬습니다."
▲ 장유진 씨가 중국 방송을 하고 있다. |
6. 중국 시청자들이 한류 콘텐츠를 좋아하던가요
"한국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더군요. 자기가 관심 있고 아는 곳이고 공감할 수 있어야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7. 중국에서 외국인이 인터넷 방송을 하려면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동영상 플랫폼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봐요. 생방송을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 경우 라이브 방송을 녹화해서 각 플랫폼에 보냈어요. 그러면 플랫폼에서 이 BJ와 계약하겠다는 통보가 와요. 오디션은 짧은 시간 안에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요. 전 요가복을 입고 노래와 춤을 보여줬죠. 하려는 방송 소개 영상도 따로 보냈어요. 일단 붙은 다음에 제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하려고 했죠."
8. 중국 방송 플랫폼이 월급도 준다면서요
"기본 300만원부터 시작했어요. 200만~300만원이 인센티브 형태로 추가되기도 하죠. 선물(별풍선) 수익은 따로 있고요. 월 수입은 300만~500만원 정도였다고 보면 될 겁니다. 유명 크리에이터에 비하면 적은 편이죠. 월급을 주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40시간, 하루 2시간 이상 방송을 해야 하는 식이죠."
"중국에는 신생 플랫폼이 많아요. 크리에이터를 영입하고 월급을 줘서 꾸준히 방송을 하도록 유도해 플랫폼 안정화를 노리는 거죠. 저는 하루에 8시간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중국 시청자들이 저의 여행 콘텐츠에는 선물을 잘 주진 않았어요. 노래하고 춤을 추면 선물을 많이 주죠. 제가 큰돈을 벌고 싶었다면 했겠죠. 하지만 여행 방송도 계속 열심히 하니까 초반보다는 많이 받았습니다. 나중엔 중국 방송을 더 잘하고 싶어서 많은 일을 접고 올인했죠."
9. 중국 방송을 하며 특이하다고 느꼈던 점은 무엇인가요
"화지아오의 경우 사진 앱 '스노우'처럼 자체 CG(컴퓨터 그래픽) 효과가 있어요. 크리에이터가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배경화면과 특수효과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애교를 부리는 등 리액션을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청자 매너도 좋습니다. 방송을 보면 선물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서 음식을 먹고 주고 팁을 내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선물을 받고 고맙다는 말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콘텐츠 시청 대가를 내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로 보여요. 그것 이외에 소통할수록 언어나 문화의 장벽을 넘어 친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사드 위기 때도 응원해주고 플랫폼을 옮길 때마다 따라오는 팬덤도 형성됐어요.
▲ 장유진 씨가 한복 여행가 콘셉트의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
10. 주의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중국은 정치 상황이 우리와 다르고요. 소수민족이 많잖아요. 정치나 민족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우 방송 기간 중에 사드가 터지고 나서 지인들에게 추천을 안 했는데요. 이제 한국인에게 월급을 주는 플랫폼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인 프리미엄이 없어진 것이죠."
"또 지금 시작하면 중국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면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중국 시청자들이 한국 BJ를 이미 많이 봤습니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흥미가 과거보단 떨어졌다는 말입니다. 중국어 구사를 통한 현지화가 중요해진 시점이죠. 시청자들은 공감대 형성을 원하는데요. 무엇보다 대화가 통해야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중국 방송에 올인하다보니 사드 당시에 고정 수입이 없어져 상당히 힘들었어요. 안정적 수입 기반을 갖고 하는 게 낫겠어요. 사드 등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려고 드림TV라는 곳에서 방송을 하는데요. 이 플랫폼은 한국에도 지사가 있고 미국에도 만들고 있다고 들었어요. 중국 시장에서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어 자국에만 머무는 다른 플랫폼과 다르게 글로벌 플랫폼이 되려는 계획이 있고, 페이스북과 연동해서 계정을 만들 수도 있어 매력적인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플랫폼이라도 나중을 생각하면 먼저 들어가서 선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봐요. 화지아오의 경우 나온 지 1개월하고 보름 정도 뒤에 시작했을 때 시작했는데요. 작년 말이 되니 중국 내 최고 플랫폼이 됐습니다. 중국은 플랫폼의 성장 속도와 지형 변화도 빨라요."
11. 언어 문제는 없던가요
"온라인 강좌를 들으면서 공부를 했어요. 쉬운 말을 제가 직접 이해하고 말할 수 있지만, 방송이 동시통역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요."
12. 중국은 생방송 위주로 MCN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긴 한데, 현실적으로 보면 생방송을 하지 않고 VOD 제작을 하게 되면 광고 수익 등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방송을 편집하면 좀 더 근사한 영상물을 남길 수 있지만, 저는 생방송을 진행한 경험이 많아 라이브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죠."
13. 끝으로 한마디
"중국이 한국 방송인의 뿌리를 뽑으려고 하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기회를 살릴 방법을 장기적으로 모색할 생각입니다. 알리바바의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커머스 방송도 시도하면서 그곳 시장도 배우려고 합니다. 저만 하고 있으면 '그게 뭔데?'라는 반응이 나와요. 많은 경쟁자가 생기도록 중국 MCN 관련 정보를 국내에 전달해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