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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텔레콤]①서서히 가라앉는 통신船

  • 2017.12.01(금) 10:44

글로벌 통신시장 M&A사례 이어져
경쟁↑·통신비↓…신사업 기회 엿봐

글로벌 통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선도 시장인 미국은 물론 신흥 시장으로 분류되는 인도에서도 인수·합병(M&A) 시도가 나온다. 원인은 무엇일까. 국내외 통신 시장은 가입자 확보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지난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통신비 인하 움직임에 따라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5세대 이동통신 등 신규 인프라를 활용한 신사업, 미디어 등 연관 산업과 융합한 새로운 먹거리도 충분하다는 관측도 있다. 주요국 통신 시장 현황과 국내 사정을 분석해 미래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 잇따르는 M&A 시도…원인은?

 

이달 초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또다시 무산됐다.

미국 이통시장 점유율이 3·4위인 이들 회사의 합병은 지난 2014년 추진 당시엔 규제 당국의 승인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합병 후 경영권·지분 등의 사안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스프린트의 모회사 일본 소프트뱅크, T모바일의 대주주 도이체텔레콤의 의견이 충돌했다는 설명이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됐다면 1·2위 업체인 버라이즌, AT&T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3위 사업자가 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2위 사업자인 AT&T가 작년부터 추진한 타임워너 M&A 건이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반(反) 독점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거대 통신 사업자와 미디어 그룹사가 합병할 경우 시장 지배력이 엄청난 통신·미디어 공룡이 탄생할 것이란 우려 탓이다. 독점적 기업이 탄생할 경우 경쟁 사업자 진입을 막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 정부의 우려에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통신 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위기 의식을 고려하면 잇따르는 M&A 행렬을 이해할 수 있다. 통신 가입자는 포화 상태에 이르러 사업자 간 뺏고 뺏기는 경쟁만 심화되고 있고, 각국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통신비 인하 움직임이 수익성 확대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버라이즌의 작년 무선통신 분야 매출액은 전년보다 5.9% 감소한 863만달러를 기록했으며,  AT&T는 같은 기간 0.1% 줄어든 736만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3~4위를 형성하고 있는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각각 11.7%, 8.8% 성장해 양강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국내의 결합상품과 같은 패키지 요금제를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프랑스 이동통신사 점유율은 오랑주(Orange, 35%), 에스에프에흐(SFR 21.4%), 프리(Free 17.3%), 부이그(Bouygues 16.2%) 순인데, 이들 업체는 모바일과 인터넷, IPTV와의 패키지 요금제를 출시하며 가격과 콘텐츠 부문에서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4위 사업자인 프리가 50여 개 채널을 보유한 'CanalSat'과 손잡고 TV시장 공략에 나섰다.


 

 

◇ 통신산업은 정체기인가

 

일본의 경우 알뜰폰(MVNO) 사업자가 득세하면서 기존 통신 사업자를 압박하고 있다.

 

MVNO는 매달 통신료가 1000~3000엔 정도로 일본 3대 통신사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MVNO 회선 수는 작년 6월 말 기준 1346만 계약으로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하면서 일본 스마트폰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스마트폰 가격 인하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하고 MVNO 사업자가 통신사에 내는 회선 접속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알뜰폰 사업자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전통적인 통신 서비스가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했으나, 새로운 성장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준 중국의 전화 가입자 수는 누적 15억3700만명이며,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13억600만명에 달한다. 중국 정부 통계를 보면 이 기간 이동전화 보급률은 100명 당 95.5대에 이른다. 그러나 유선전화 가입자 수는 9년째 하락해 보급률이 100명 당 16.9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도 관측된다. 전화·문자 서비스 이용의 경우 포화 혹은 하락세이지만, 모바일 인터넷 사용과 같은 데이터 이용량은 증가하면서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데이터 가격 인하 정책을 펴기도 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은 통신사 입장에선 악재일 수 있었지만, 데이터 사용 측면에서 보면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작년 말 4G 사용자는 약 7억7000만명까지 증가해 전 세계 4G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차이나모바일의 작년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5.6% 증가한 606억위안을 기록했으며, 차이나유니콤은 79.6% 하락한 14억3000만위안, 차이나텔레콤은 6.3% 늘어난 116억7300만위안을 나타냈다.

 

 

◇ M&A는 생존과 성장 수단

 

통신 사업은 전국적인 망을 구축해야 하는 인프라 사업 성격을 갖는 특성상 대규모 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M&A가 성장은 물론 생존의 수단이기도 한다. 


모바일 이용자가 10억명이 넘는 인도의 경우가 그렇다. 다양한 형태의 M&A가 추진되면서 통신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2012년 인도 1위 통신 사업자인 에어텔이 퀄컴이 설립한 4G 네트워크 기업 'WBSPL'(Wireless Business Services Private Limited)의 지분 49%를 1억6000만달러에 인수한 건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WBSPL의 지분 전량을 인수했으며, 에어텔은 이를 통해 4G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1위 지위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RCOM)의 경우 지난해 릴라이언스 지오를 합병하고 '지오'(Jio)라는 4G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데이터 가격을 제외한 통화 등 대부분 서비스를 무료화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돌입했다.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은 인도 4위 통신 사업자인데, 작년에 6위 사업자인 에어셀과 합병하기도 했다.

 

국내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신사 간 M&A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통신 산업이 경쟁만 치열하고 저물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신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통신 시장의 M&A 사례를 보면, 당장은 아니라도 통신 사업자가 아닌 타업종 기업이나 글로벌  ICT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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