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나 자동차처럼 스마트폰을 렌탈하는 시대가 열린다. 100만원대 고가의 최신폰을 24개월 동안 빌려쓰다 기간이 만료되면 반납하는 방식이다. 렌탈비의 총합과 스마트폰 출고가의 격차가 그리 크진 않지만 폰을 자주 교체하거나 중고폰 처분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소비자라면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스마트폰 구매 방식이다.
SK텔레콤은 맥쿼리와 손잡과 내달 1일부터 갤럭시S9와 아이폰8, 아이폰X 시리즈 3종을 대상으로 렌탈 서비스 'T렌탈'을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스마트폰 렌탈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T렌탈’은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대신 월 렌탈료를 내고 빌려 쓰다 기간이 만료되면 반납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출고가 95만7000원인 갤럭시S9 64기가바이트(GB)는 월 3만4872원에 24개월 동안 빌려 쓸 수 있다.
24개월 렌탈비 총액은 83만6928원으로 출고가보다 12만원 저렴하다. 중고폰 보상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고가 스마트폰을 자주 교체하거나 중고폰 매매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중장년층 소비자는 중고폰 처분에 익숙하지 않아 대체로 장농폰으로 놔둘 때가 많은데 렌탈로 이용하면 소멸가치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라며 "미국과 호주 등 해외에선 스마트폰 렌탈 서비스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반드시 소비자에게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스마트폰 구매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갤럭시S9 외에도 아이폰8(64GB 월 렌탈비 3만1885원)과 아이폰X(64GB 월 4만7746원) 총 3가지에 대한 렌탈 서비스를 시작한다. 추후 폰 모델을 확대할 예정이다. 24개월 만료 전에 중고폰의 가치를 지불하면 반납하지 않고 소유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렌탈료와 중고폰 가치는 맥쿼리가 자체적으로 산정한다. 맥쿼리는 호주 1위 이통사 텔스트라(Telstra)와 렌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T렌탈’은 기존 갤럭시클럽, 아이폰클럽 대비 별도 이용료가 없고, 중고폰 반납 시점이 아닌 개통 첫 달부터 할인 혜택을 받는 장점이 있다.
렌탈 업계에 따르면 국내 렌탈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원에 육박한다. 스마트폰 렌탈은 해외 통신업계에도 빠르게 도입되는 추세다. 미국, 호주 이통사는 이미 수년전부터 스마트폰 렌탈을 도입해 상당 수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 이통사 소프트뱅크는 AI 로봇 ‘페퍼’도 렌탈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고객 분석 결과 고가 스마트폰 이용 고객이 중저가 스마트폰 이용 고객보다 더 자주 제품을 교체하고 중고폰 처분 경험이 없는 고객이 약 70%로 대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렌탈에 대한 잠재 수요가 있다고 보고 판단했다.
한편 SK텔레콤은 렌탈과 함께 보상폰 케어 서비스도 시작한다. 고객이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파손하면 일반 할부 구매처럼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는데 ‘T올케어’에 가입하면 이러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아울러 하루만에 보상폰 받는 분실·파손 보험, 24시간 스마트폰 상담 등 다양한 케어를 받을 수 있다.
‘T올케어’는 ‘T렌탈’ 고객 이외에도 모든 신규, 기기변경 고객이 별도 가입할 수 있다. ‘T올케어’ 이용료는 스마트폰 종류와 보상한도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T렌탈’ 고객은 안드로이드 고급형 5400원· 프리미엄형 7000원, 애플 고급형(6600원)·프리미엄형(8200원)이다.
서성원 SK텔레콤 MNO사업부장(사장)은 "같은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폰이라도 SK텔레콤 고객만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드리고자 스마트폰 렌탈·케어 서비스를 선보인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목표로 연중 진정성 있는 고객가치혁신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