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얼핏보면 본업인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신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디지털 기기와 연동된 블록(스마트 블록) 등 신기술 보유기업에 자금을 대면서 이들 기술을 접목한 게임을 비롯해 새로운 트렌드를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머스브(IMMERSV), 리치 로보틱스(REACH ROBOTICS), 센서블 오브젝트(Sensible Object) 등 3개 신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했다. 총 투자자금은 43억원이다.
이중 이머스브는 미국 VR 광고 플랫폼회사로 작년 7월 엔씨소프트로부터 11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VR 영상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운영한다. 해당 플랫폼에 VR 형태의 광고를 올려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같은 해 6월 엔씨소프트로부터 21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리치 로보틱스는 영국 AR 기반 로봇기업이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내 AR 화면을 보면서 조종하는 장난감 로봇 '메카몬(MekaMon)'을 개발한 회사다.
올해 4월 11억원을 투자받은 센서블 오브젝트는 영국 스마트 블록 게임사다. 태블릿 PC 등과 연동된 동물 모양 블록을 쌓아올리는데 성공하면 앱에서 완성된 형태를 보여주는 게임 '비스트 오브 밸런스(Beasts of Balance)'을 만들었다.
이들 스타트업의 사업영역은 엔씨소프트의 주력 분야인 온라인, 모바일 게임과 거리가 있어 이목을 끈다. PC와 스마트폰 안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형태를 벗어나 VR과 AR, 스마트 블록 등 신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재미를 주는 형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3개 회사 모두 신기술 확보 차원에서 투자를 진행했다"면서 "투자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미정 상태이나 여러 방면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건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발 빠르게 선점하면서 신규 게임 개발에 접목하는 등 경쟁력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는 2016년 VR과 인공지능(AI) 전담 조직을 만들고 신기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VR 게임인 '블레이드 앤 소울 테이블 아레나'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신기술의 파급력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리서치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전담조직을 만드는 등 오래 전부터 신기술 분야 시장 가능성을 눈 여겨 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게임사도 신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는데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사인 넷마블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고 모바일 낚시게임인 피싱 스트라이크에 해당 기술을 적용했다. 중견 게임사 드래곤플라이도 슈팅게임 '스페셜포스'의 VR 버전인 '스페셜포스 VR: 유니버셜 워'를 내놓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VR, AR을 비롯한 신기술은 게임에 접목해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높다"면서 "기존 게임에 일부 적용하는가 하면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시장을 주시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