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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엔씨소프트 게임AI, 프로게이머를 이기다

  • 2018.10.23(화) 17:23

게임AI랩 이경종 실장·정지년 팀장 인터뷰
AI가 게임 가르치고 대결도…e스포츠 활용

▲ 이경종 게임AI랩 실장(오른쪽)과 정지년 엔씨소프트 게임AI랩 강화학습팀장이 23일 인터뷰에서 게임AI 사업 성과와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수년 전부터 관심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당장 돈도 안 되는 분야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2월 AI 태스크포스(TF) 팀을 발족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2년 12월 AI랩을 세웠다. 2016년 1월에는 이를 AI센터로 확대했다. 현재는 AI센터와 NLP(자연어처리)센터 등 2개 센터와 5개 랩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 연구인력만 100명에 달한다.

윤송이 사장(엔씨소프트 북미법인 대표)이 제안하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받아들여 AI 사업을 본격 추진한 까닭에 이처럼 우직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사장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원에서 컴퓨터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해 평소 AI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 가운데 게임 AI 랩은 최근 3년 6개월 동안 연구·개발(R&D)을 진행한 끝에 최정상급 프로게이머도 이길 수준의 AI 개발에 성공했다. 시도와 교정을 거듭하는 강화학습에 딥러닝(Deep Learning·AI가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 신경망 기반 기술)을 적용한 심층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 게임 AI를 개발했다.

 

▲ e스포츠 대회인 '블소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에서 프로게이머와 AI가 대결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개발에 그치지 않고 상용 게임에 적용해 실력을 검증했다. 상대의 공격 패턴이 바뀌더라도 행동 확률에 따른 최적의 의사 결정 정책을 학습하는 액터 크리틱(Actor-Critic) 모델을 인기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에 적용한 '비무 AI'가 그것이다. 

 

특히 지난달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블소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 결선 현장에서 사람 프로게이머 상대로 1승2패를 기록하며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게임하는 AI기술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점에서 회사 측은 고무적인 반응이다. 블소와 같은 복잡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총 225의 1800 승 만큼의 선택지가 있어 바둑(10의 768승)보다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각할 시간을 주는 바둑과 달리 실시간 반응을 하지 않으면 타격받는 게임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상용 게임에 AI를 적용한 것은 국내 최초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날이 오기까지 연구에 매진한 엔씨소프트 게임 AI랩 이경종 실장과 정지년 강화학습팀장을 23일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만나 개발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이경종 실장과 정지년 팀장은 "무엇보다 게임 사용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고 게임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수년간 AI를 개발했다"며 "이번에 개발된 AI는 다양한 게임은 물론 전혀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종 엔씨소프트 게임AI랩 실장

 

-게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이유와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특별한 경우 외 답변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엔씨소프트가 AI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만, 우선은 게임 AI에 국한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았던 겁니다. 게임은 보통 사람과 사람이 하는데, AI가 사람 대신 게임을 할 수 있겠죠. 이런 과정에서 AI가 사람에게 게임을 가르쳐줄 수도 있고, 대결 상대가 될 수도 있고,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e스포츠 이벤트와 같이 프로게이머와 AI 대결 등 새로운 재미도 제공할 수 있고요.

 

▲두 번째로는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애니메이션 동작을 만드는 수작업을 AI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때리는 동작, 달리는 동작 등 예제 영상을 AI에게 학습시킨 뒤 이를 다양한 캐릭터에 빠르게 자동 적용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고, 사람은 최종의사결정만 하면 되는 형태를 꿈꾸고 있습니다.

 

-게임AI와 일반적인 AI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지요

▲기술 기반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AI를 테스트하려면 다양한 리스크가 있는데, 게임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습니다. 가령 일반적인 AI는 사람을 상대로 반복 테스트를 하거나 실물 로봇을 통해 실험을 해야 하고, 실수하면 고장이 나거나 사람이 다칠 수도 있죠. 반면 게임은 가상현실에 적용하므로 그런 현실 리스크가 사실상 없습니다. 이처럼 반복 테스트를 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일반적 AI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 환경 안에서 AI를 테스트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와 엔씨 게임 AI의 다른 점은 실시간 반응인가요

▲게임은 짧은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0.1초 내로 어떤 스킬을 써야 할지 결정해야 하므로 보통 2분 정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 바둑보다 연산 시간이 매우 부족하죠. 인공 신경망 기반 기술로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학습을 거듭해 이를 해결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연산하려면 컴퓨팅 파워와 전력이 많이 소모되진 않나요
▲학습 단계에선 컴퓨팅 파워 등이 많이 필요하지만 학습이 끝나면 효율화됩니다. 

 

-게임용 AI 개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처음엔 특정 상대를 이기는 AI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그걸 만들었더니 새로운 상대를 만나면 졌죠.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면 못 이긴다는 얘기입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여러 명을 상대로 이기는 방향으로 전면 수정해야 했습니다. 대략 10가지 유형의 상대를 2년6개월 동안 테스트했습니다. 결과적으론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상대를 만나도 이길 수 있게 개발됐습니다. 당시엔 심각했어요. 블소라는 게임에 적용하는 AI는 코드 몇 줄 바꾸면 다 되는 게 아니라 그 복잡한 게임 요소 하나하나에 모든 걸 새롭게 적용하는 거였죠. 그래도 단기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가는 게 문제 푸는 방법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게임용 AI 개발을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 건지요

▲자체 개발했습니다. 딥마인드나 오픈AI에서 많이 연구하고 있어서 그 알고리즘도 참고는 했지만 이번 블소에 적용된 AI는 처음부터 자체 개발했습니다. 사례 자체가 별로 없었어요. 상용 게임에 AI를 적용한 건 국내에서 저희가 처음이고, 해외에도 드문 걸로 압니다.


-사람과 비슷한 AI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노력한 점은 무엇인가요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문제가 주어지면 효율적으로 잘 푸는 것, 두 번째는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건 정말 어려웠습니다. 현재 기술적 문제가 주어지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AI가 기능을 제대로 하는지 불안하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프로게이머와 대결하는 이벤트를 올해 봄에서 여름 사이쯤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어요. 이벤트 전 최정상급 프로게이머 2명과 비공개  테스트를 했어요. 결과가 좋았어요. 이벤트 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프로게이머와 AI가 대결하는 이벤트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공방이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공격적 성향의 AI와 수비적 성향의 AI 등 다양한 성격의 AI를 준비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비슷한 실력이라도 공격적 성향의 AI가 강세를 보였어요. 아무래도 공격이 최선의 수비인 것 같습니다. 

 

▲ 정지년 엔씨소프트 게임AI랩 강화학습팀장.

 

-다음 이벤트 계획이 있나요

▲아직은 없습니다. 이벤트가 목표는 아니니까요. 물론 재미있게 보여드릴 게 나오면 얼마든지 다시 개최할 수 있습니다.

 

-게임 AI 적용 모델로 '블소'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블소는 격투 형태 게임이어서 재미가 있습니다. e스포츠가 활성화되기도 했고요. AI와 대결하는 이벤트를 보여드리기 가장 적합한 콘텐츠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기술적으로는 게임 스킬이 매우 복잡하므로 이 게임 AI를 만들면 어떤 AI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체스, 바둑에 이어 게임에서도 AI가 사람을 이기는 건 당연히 가능한 일인가요
▲당연한 건 아닙니다. 수년간 AI를 개발하면서 '사람이란 대단하다'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생각보다 AI의 발전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AI가 모방하려는 인간의 뇌가 대단하다는 뜻입니다.

-게임 AI를 개발해도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엔씨소프트의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R&D의 성과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운데요. 보통 회사들은 가시적 성과가 단기적으로 나와줘야 사업도 탄력을 받잖아요. 저희는 기다려줍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이해하고 지원하는 것 같아요. 물론 게임 AI를 통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면 나중에는 돈이 되겠죠.

-AI 기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이경종 실장) 1998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요. 그동안 사회생활 중 가장 흥분되는 일이 엔씨소프트에 와서 AI를 만드는 일입니다. 사람과 닮은 존재를 만드는 일, 사람을 이기려는 AI를 만들다보면 저의 모습을 닮은 AI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성적인 이유도 물론 있지만 AI는 저를 흥분하게 합니다.

▲(정지년 팀장) 재밌어요. 인공지능 주제 자체가 재밌습니다. 미래를 바꿀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하기 힘들고 지루한 것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줄 수 있잖아요.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 봅니다. 게임 AI를 연구하고 있지만 이것은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혁신을 만든다는 점에서 AI 연구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번에 개발한 게임AI는 다른 게임을 비롯해 전혀 다른 분야에도 적용 가능한지요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다수의 게임에 적용,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와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게임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게임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사람의 창의적인 일까지 대체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일단은 사람을 돕는 방향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게임 AI 개발은 최근 프로게이머와의 대결로 중간에 결실을 보게 됐는데 동료들에게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회사와 사회에 기여하길 원합니다. 인력이 항상 부족합니다. 언제든 환영합니다. 재미있게 일할 수 있어요.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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