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 지분 인수자금 확보방안과 주식 시장상황을 고려해 중간 지주사 전환 시점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저가 요금구간을 손본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오는 4월 5G 상용화 일정에 맞춰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박 사장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T타워에서 열린 제 35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중간지주사 전환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SK하이닉스 지분 30%를 확보하는 것"라면서 "재원 확보를 위한 완벽한 계획이 나와야 하며 올 하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주식 시장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새로운 정책에 따라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지분을 지금의 20.1%에서 30%까지 확대해야 한다. 지분 확대를 위해 필요한 재원 확보방안으로 물적분할한 이동통신(MNO) 사업회사 재상장, ADT캡스와 11번가 등 자회사 상장이 꼽힌다.
박 사장은 기자들에게 "(SK하이닉스 지분 인수를 위해) 중간지주사에 대출을 해주겠다는 주주가 있다"면서 "MNO 지분을 활용하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5G 상용화 일정에 맞춰 관련 요금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앞서 SK텔레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G 요금제 인가를 신청했다가 대용량 고가구간만으로 구성됐다는 이유로 반려 결정을 받은 바 있는데, 중저가 요금제 구간을 조정해 다시 내놓는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5만원대 요금제에 대한 요구사항이 있어 관련 논의를 끝내가는 중"이라면서 "오는 4월 중 5G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까지 관련 요금제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텔레콤은 주주총회에서 김석동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2018년 재무제표 승인과 현금배당 확정,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주요 안건을 승인했다.
김석동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재경부 1차관을 거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금융 관료다. SK텔레콤은 김석동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하나금융, 키움증권과 추진하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구상이다.
김석동 사외이사는 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의 새로운 가족으로 합류하게 됐으며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주주와의 소통을 강조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주주를 대상으로 전시관 투어를 진행하고 MNO,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주요 사업부장이 사업성과와 계획을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박 사장은 "기존 주주총회에서는 안건 승인만 했으나 이번엔 주주들과 경영진이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2019년에도 주주와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