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교사 김모씨(28)는 카톡에 새로 도입한 '멀티 프로필' 기능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 학부모 시선을 의식해 차마 프로필에 담지 못했던 사적인 사진들을 이제는 마음 놓고 올릴 수 있어서다. 남친과 휴양지에서 찍은 사진이나 수영복 입고 찍은 사진 등을 별도 프로필에 올려 친한 지인들만 볼 수 있게끔 설정했다.
#직장인 박모씨(32)는 회사 동료들이 자신을 멀티 프로필로 어떻게 설정했는지 신경 쓰인다. 혹시나 동료들이 자신을 '사생활 노출을 원치 않은 사람'으로 분류할까봐서다. 상대방을 친했던 사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박 씨는 인터넷에서 '상대방이 나를 멀티프로필 적용했는지 확인하는 방법' 등의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
올 1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멀티 프로필 기능이 적용되면서 이용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공과 사를 확실히 가릴 수 있고 개인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있고요. 친했다고 여겼던 사람과 자칫 서로 민망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MZ(밀레니얼~Z) 세대가 달라진 카카오톡 프로필 하나를 놓고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프로필이란 자신을 표현하는 상징과 같기 때문인데요. 멀티 프로필이 뭐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알아봤습니다. 또한 '새로운 관계 맺기' 플랫폼으로서 멀티 프로필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살펴봤습니다.
'본캐'에 더한 '부캐'
멀티 프로필은 카톡 프로필을 여러개 만들고 각 프로필마다 보여주고 싶은 사람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카카오는 최대 3개 프로필을 추가하도록 했는데요. 이용자는 기본 프로필을 포함해 총 4개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휴대폰 번호 인증을 통해 하나의 프로필, 이른바 '본캐(본캐릭터의 준말)'만 쓸 수 있었잖아요. 이제는 카톡에서 본캐 말고도 3개의 부캐(부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그동안 카카오는 단독 프로필 기능을 제공하다 보니 '원치 않게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카카오톡은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사람을 자동으로 인식해 친구로 등록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프로필에 올린 사진이나 메시지가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노출됩니다. 멀티 프로필을 사용하면 사생활 노출 우려가 덜하겠죠.
실제로 멀티 프로필이 도입되고 나서 적절한 사생활 거리두기가 가능해졌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동안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프로필이 나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차별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인데요.
기존에도 '멀티 유심(USIM)'을 활용해 전화번호를 여러개 만들어 제각각의 카톡 계정을 만드는 방법이 있긴 했습니다. 많이 쓰이진 못했지만 말이죠.
반면에 멀티 프로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를 활용한 불륜이나 사기, 사칭 등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인 및 가족에게 보여주는 프로필과 관심있는 이성에게 보여주는 프로필을 다르게 한다면요. 누구에게는 커플인 것처럼, 누구에게는 솔로인 것처럼 행세하는 '이중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생활 보호에서 '관계 맺기' 플랫폼으로
멀티 프로필을 둘러싼 갑론을박과 별개로 이 기능은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꿔 놓을 것 같습니다. 카카오가 멀티 프로필을 개인의 감정 뿐만 아니라 사이버 상에서 직업이나 자격증 등을 인증할 수 있는 도구로 설계했기 때문인데요.
카카오는 작년말 '카카오톡 지갑'을 선보였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모르는 사람이 참여하는 카톡 오픈 채팅방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하단 '더보기' 항목에 위치한 지갑을 통해 사용자가 실제 보유한 운전면허증이나 변호사 자격증 등 다양한 모바일 신분·자격증명서를 순차적으로 담을 계획입니다. 아울러 '인물검색'이란 서비스도 연내 도입할 예정인데요.
카톡에 도입되는 멀티 프로필과 지갑, 인물검색은 어떤 연결고리를 갖는 것일까요.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연말 정산 상담을 받고 싶어 카톡 오픈 채팅방에서 전문가인 세무사를 찾아 상담을 받는다면 어떨까요. 지금도 네이버 지식인 등에는 네이버로부터 인증을 받은 변호사나 세무사 등이 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카카오도 비슷한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의사나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면허증을 카톡 프로필에 등록,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죠. 카톡 채팅방으로 유료 상담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카카오톡 지갑을 통해 확실한 신원 확인이 보장되겠죠. 이를 통해 더 안전하고 확실하게 '생면부지'의 개인 간 대화 및 관계 맺기가 가능해질 것으로 카카오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물검색은 카카오톡 지갑이라는 공간적 개념에 이용자가 자기를 인증하고 증명하는 서비스 기반"이라며 "서로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 카카오톡 안에서 관계 맺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자격증 보유자는 상담 전용 프로필을 따로 만들면 사생활 보호도 하면서 수익도 창출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카카오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을 연결하면서 다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지는 만큼, 모두에게 윈윈인 관계입니다.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기술 설명해 'if kakao 2020' 컨퍼런스에서 김택수 카카오 서비스부문 최고책임자(CPO)는 "자격 정보는 디지털 신분증을 기반으로 할 수 있기에, 쉽게 진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용자 본인이 직접 선택한 정보만 공개한다"며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서로 연락처는 모르지만 어떤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톡의 멀티프로필이 지닌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에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앞으로 인물찿기를 넘어 어떤 종류의 관계 맺기가 가능해질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