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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깅의 미래①]테라USD, 가격고정 방식보니

  • 2022.05.18(수) 11:00

동일한 발행자가 2개 코인으로 가격 조절해
페깅법 '지급준비금·알고리즘'방식 모두논란

'루나 사태'가 지난 한 주 가상자산 업계를 휩쓸었다. 개당 1달러로 가격이 고정(페깅)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의 가격이 붕괴되면서, 다른 가상자산 가격이 줄줄이 하락했다. 페깅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코인계의 리만브라더스 사태로고도 불린 '루나 사태' 여파로 가상자산(코인) 가격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루나 사태는 가격이 개당 1달러로 고정된 테라USD(UST)의 가격이 크게 요동치면서 비트코인·루나 등 관련 코인 가격이 함께 하락한 사건이다.

테라USD처럼 법정화폐와 가격이 연동되는 코인을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 등 기존 코인 가격이 하루에도 수차례 크게 오르내리는 것과 달리 가격이 안정적이어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루나 사태로 업계에선 일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왜 등장했나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이 요동치는 기존 코인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됐다. 2008년 최초의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탄생한 코인은 수많은 서버에 거래 내역을 저장, 국가나 기업 등 특정 집단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운영할 수 없어 기존 통화 시스템을 대체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한때 탈중앙 화폐라 불리며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추앙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빠른 송금 속도와 낮은 수수료로 법정화폐를 대신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해외 송금 시 복잡한 서류 작성과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코인은 수신인이 입금받을 지갑 주소만 입력하면 낮은 수수료로 전 세계 어디든 즉시 송금할 수 있다.

이러자 비트코인의 뒤를 이어 이더리움을 비롯한 여러 코인이 탄생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코인은 화폐를 대체하지 못했다. 가격 등락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코인으로 물건을 사려해도 가치가 수시로 변해 제대로 값을 매길 수 없다.

코인 업계에서 가장 큰 기념일 중 하나로 꼽히는 피자데이를 예로 들어보자. 2010년 5월22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 소비자가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면서 최초의 코인 결제를 한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피자 2판(약 40달러)을 사기 위해 지불한 비트코인 개수는 1만개다. 하지만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2021년 최고가 6만7566달러를 거쳐 현재 약 3만달러인 점을 생각하면 가격 안정성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가격은 어떻게 고정할까

스테이블 코인은 말 그대로 가격을 법정 화폐와 연동한 안정적인(stable) 코인을 말한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으론 테더(USDT), USDC, 테라USD(UST)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개당 1달러로 가격이 고정됐다.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을 고정하는 것을 페깅(pegging)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못을 박듯(peg) 법정화폐와 가격을 연동하는 것이다. 페깅 방법으론 지급 준비금 방식과 알고리즘 방식을 들 수 있다. 지급 준비금이란 스테이블 코인을 1개 발행할 때마다 발행사가 1달러씩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예금주 격인 스테이블 코인 보유자가 언제든 코인을 달러로 바꿀 수 있도록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가장 안정적인 페깅 방식이지만, 발행사가 제대로 준비금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실제로 발행사가 준비금을 금융 상품이나 다른 코인에 투자하거나, 아예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시가총액 1위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도 코인을 한개 발행할 때마다 1달러씩 준비금을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급 준비금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다. 한때 달러 대신 비트코인으로 준비금을 보관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5월 테더는 보유자산을 처음 공개했지만, 보유 중인 지급 준비금에서 현금은 4%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나머지는 모두 현금성 자산과 단기 예금, 어음, 비트코인, 채권 등으로 보유했다. 테더는 루나 사태 이후인 지난 11일에도 지급 준비금 정보 공개를 거부해 보유자들의 대량 매도를 촉발시켰다. 코인 가격이 한때 0.95달러까지 내려갔다.

코인으로 페깅하는 '알고리즘 방식'

이번에 논란된 루나 사태의 주인공 테라USD는 알고리즘 방식으로 가격을 고정했다. 알고리즘 방식은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이 낮아졌을 때 해당 코인을 다른 일반 코인으로 바꾸는 것이다. 시장에 풀린 스테이블 코인의 수(유통량)를 낮추고 희소성과 함께 가격이 오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테라USD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역시 테라USD 가격이 1달러보다 낮을 때 이를 자신들이 발행한 다른 코인(루나·LUNA)으로 바꿔준다. 주목할 점은 테라USD나 루나 모두 발행자가 같다. 자신이 발행한 코인 가격을 위해 자신이 발행한 또 다른 코인을 활용한 것이다. 한 코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코인의 가격이 함께 떨어질 위험이 있다. 

예를들어 가격이 개당 1달러에 못 미치는 테라USD를 루나 1달러어치로 바꿔주는 것이다. 테라USD 보유자들은 차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환에 참여한다.

테라폼랩스는 테라USD의 가격이 개당 1달러로 올라갈 때까지 루나로 교환해준다. 반대로 테라USD의 가격이 1달러보다 높을 땐, 코인 보유자들이 가진 1달러어치의 루나를 테라 1개로 바꿔준다. 테라의 유통량을 늘리고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다.

얼핏보면 테라폼랩스가 손해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자신들이 발행한 두 코인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손실은 없다. 오히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운영돼 루나의 가격이 오르면 테라폼랩스의 수익도 높아진다. 실제로 루나는 올해 4월 개당 116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당시 루나의 시가총액은 약 50조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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