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증권형 코인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고 증권상품처럼 취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증권형 코인을 기존 코인거래소가 아닌 증권사에서만 사고팔 수 있게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거래소들의 민감한 상태다.
특히 증권형 코인과 비증권형 코인을 나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자칫 증권형 코인의 범위가 확대되면 거래소가 취급할 수 있는 코인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일부 증권사들은 증권형 코인을 취급하는 대체 거래소를 직접 세우겠다고 밝히는 등 코인 시장에 발을 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여 관련업계 간 줄다리기 경쟁은 점점 강화될 전망이다.
증권업계도 코인에 눈독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최근 대형 증권사들과 대체거래소를 세우고 증권형 코인을 취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체거래소란 정규거래소와 달리 상장보다는 증권상품 매매에 초점을 맞춘 거래소로, 거래 지원 등의 서비스를 집중 제공한다.
현재 금투협의 대체거래소 설립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약 7개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가와 법인 설립 등의 절차를 연내 마무리하고, 2024년부터 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와 NFT(대체불가능토큰) 거래도 함께 제공하면서 코인 관련 상품을 취급할 예정이다.
문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형 코인을 증권사에서만 매매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제정을 앞둔 가상자산업법에서 코인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누고, 증권형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경우 해당 상품들이 증권사 업무 영역으로 분류되면서 대체거래소에서만 사고 팔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비증권형 코인은 기존 거래소에서, 증권형 코인은 증권사나 대체거래소에서 매매하도록 나뉘는 것이다.
분위기가 이러다 보니 증권형 코인의 기준이 어떻게 정해질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증권형 코인의 기준이 넓어질 경우 기존 거래소에서 취급할 수 있는 코인의 수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이용자까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급 코인 감소하면 투자자도 떠나
취급하는 코인의 수가 감소하는 것은 거래소 입장에선 큰 타격이다. 거래소들은 전부터 거래를 지원(상장)하는 가상자산 종목으로 이용자 유치 경쟁을 해왔다. 지원하는 코인의 수를 늘리거나, 다른 거래소에서 지원하지 않는 코인을 먼저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2020년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당시 발행한 '클레이(KLAY)'를 들 수 있다. 당시 '카카오 코인'으로 이름을 알리며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클레이 투자를 희망했지만, 클레이를 운영하는 '클레이튼 재단'은 국내 거래소에 클레이를 상장하지 않았다.
이러자 일부 국내 거래소들이 재단과 합의하지 않고 클레이를 상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클레이튼 재단은 이를 비난했지만, 누구나 관련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 형태로 만들어진 클레이튼의 특성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논란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은 클레이를 사들이기 위해 해당 거래소로 몰려들었다. 당시 클레이 가격은 개당 0.1달러에서 0.3달러로 올랐을 정도다. 자연스럽게 투자자들 유입도 늘어났다.
최근 법으로 코인 상장 기준을 정하자는 국회의 목소리에 대해 일부 거래소의 반발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코인 상장 기준이 법으로 정해지면 각 거래소가 자신들만의 코인 종목을 내세워 차별성을 갖기 어려워진다.
'증권형코인' 기준에 관심 높아져
거래소들은 기존 취급하던 코인들이 증권형 코인으로 분류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코인 시장에 경쟁업체가 생겨나는 것을 넘어, 해당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법으로 정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형 코인의 기준이 넓어질 경우 그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2~3년 전엔 증권형 코인이 STO(증권형코인공개) 절차를 거쳐 부동산이나 명품 등을 조각투자하는 코인들만 의미했다"며 "반면 최근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아니면 모두 증권형 코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알트코인과 증권형 코인의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트코인이란 비트코인 등 주요 코인을 제외한 모든 코인을 말한다.
그는 이어 "증권형 코인의 기준을 알트코인 수준으로 넓게 잡으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기존 취급하던 코인의 대부분을 취급하지 못하게 된다"며 "우리나라는 미국의 규제를 많이 따르는 경향이 있다 보니 앞으로 미국 가상자산 정책이 갖는 중요성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가 직접 증권 거래소를 세울 가능성에 대해선 큰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높은 유동성을 갖추지 못해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해석이다. 유동성이란 각 거래소 안에서 사고 팔리는 개별 코인의 거래량을 말한다. 유동성이 높을수록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선택하는 기준으론 코인 종목뿐만 아니라 유동성도 크게 작용한다"며 "새로 거래소를 만들더라도 기존 거래소와 연동이 안되다 보니 높은 유동성을 갖추기 어렵고, 거래가 잘 안되다 보니 이용자들에게 선택받을 가능성도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