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 소위 의결을 보류했다. 해당 법안은 다음 소위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문체위는 20일 오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당초 해당 법안은 여야 이견이 없어 소위 통과가 유력시됐다. 하지만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대 의견을 표하면서 통과가 불발됐다.
김 의원은 게임사들의 자율규제가 잘되고 있는 상황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산업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해외 게임사와 역차별도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체위는 다음번 법안 소위에서 해당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재논의하기로 했다. 소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를 통해 게임 내 아이템을 얻는 것을 말한다.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도입됐지만, 희귀 아이템에는 극도로 낮은 확률이 적용돼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는 일부 게임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임의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게임사들은 지난 2018년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발족하고 자율규제안을 강화하는 등 자정 노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학계 일부와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자율규제만으로는 이용자 피해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법제화가 추진됐다.
현재 계류 중인 게임사업법 개정안은 총 11건으로 이 가운데 5건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를 신설하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표시 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유동수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와 표시를 의무화함과 동시에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 조작 및 수집형 뽑기를 금지하는 조문을 신설하도록 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확률형 아이템 관련 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표시 의무를 위반하거나 획득 확률을 조작한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선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자율적인 확률공개를 통해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 규제를 강제할 경우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지난 5일 게임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법적 규제를 도입하는 경우 처벌 가능성이 없는 해외 사업자는 준수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사업자보다는 중소 사업자에 부담이 돼 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도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당장 매출이 감소한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이로 인해 인재 영입이 어려워진다면 경쟁력도 떨어지고 발전도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확률형 아이템이 중요한 키워드인 건 맞지만 게임사와 이용자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과 규제가 형평성 있게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