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카카오의 지난해 매출이 처음으로 7조원을 넘었다. 수익성은 주춤했다. 플랫폼·콘텐츠 사업의 매출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르는 비용 탓으로 파악된다. 카카오는 올해 불확실한 시장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기존 사업을 견조하게 유지하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연매출 7조1071억
카카오는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580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 감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보다 16% 증가한 7조1071억원, 당기순이익은 38% 감소한 1조2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8.2%다.
지난해 카카오의 양대 사업인 플랫폼과 콘텐츠 부문은 성장을 거듭했다. 플랫폼 사업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3조7704억원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콘텐츠의 경우 3조3368억원으로 15% 늘어났다.
플랫폼 사업 중 '톡비즈' 부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9017억원으로 16% 증가했다.
톡비즈는 △비즈보드 △카카오톡 채널 △이모티콘 등 '광고형'과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카카오프렌즈 △온라인 등 '거래형으로 나뉜다.
광고형 매출은 광고 시장 둔화 등의 영향에도 메시지 광고가 지속 성장했고, 거래형은 선물하기 배송 상품이 성과가 있었다.
모빌리티와 페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카카오프렌즈 등 '플랫폼 기타' 부문은 1조4446억원으로 31% 늘어났다.
반면, 포털비즈 사업 매출은 4241억원으로 14% 감소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과 카카오스토리, 스타일, 페이지 등이 이 사업 영역이다. 특히 다음의 광고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콘텐츠 부문 중 게임의 경우 1조1095억원으로 11% 증가했다.
음원 플랫폼 멜론과 음반 유통, 음악 제작 등의 '뮤직' 사업은 8944억원으로 16% 증가했다. 엔터테인먼트와 픽코마(웹툰) 등을 담은 '스토리' 사업은 16% 늘어난 9209억원이었다.
영상 제작과 매니지먼트 사업 부문인 '미디어'는 24% 증가한 4120억원이었다.
카카오톡의 4분기말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 규모는 5348만3000명으로 이 가운데 국내가 4777만9000명으로 전체의 89.3%를 차지했다.
수익성은 왜 부진했나…"AI로 BM 만든다"
카카오의 지난해 수익성이 부진한 배경은 매출 성장에 따른 비용 증가 탓으로 파악된다.
우선, 카카오의 연간 영업비용은 6조5267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인건비는 19% 늘어난 1조6871억원, 매출 연동비는 7% 증가한 2조6557억원, 외주·인프라비는 25% 증가한 9248억원, 마케팅비는 12% 늘어난 4853억원, 상각비는 59% 증가한 5817억원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매출 연동비는 매출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지급 수수료 등을 의미한다. 일종의 '성장통'이다. 카카오의 협상력이 강해지면 관리를 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마케팅·인건비 역시 '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계열사별 사업 상황과 대내외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회계적으로 선제 반영한 영향이 크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북미 웹툰·웹소설 사업 플랫폼 '타파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개발 자회사 '라이온 하트 스튜디오', 카카오모빌리티 등에 대해 '영업권 손상'을 반영한 '장부상 손실'이란 얘기다.
다만 카카오뱅크 등 관계사 지분법 이익이 감소한 부분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에 따른 보상비용과 기회비용 등은 약 400억원이라고 한다. 이런 비용은 1분기에 소상공인 등을 상대로 보상이 지급하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카카오는 올해 불확실한 시장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용자에게 유용성, 편의성 등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고, 비즈니스 모델(BM)을 견고히 하며 내실을 다지는데 힘쓴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톡 프로필 탭에 새로운 BM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과 헬스케어 영역도 집중한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계기로 글로벌 음악 사업 확장도 본격화한다. 음악 사업뿐 아니라 팬 플랫폼, 아티스트를 활용한 웹툰·웹소설·캐릭터 굿즈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의 한국어 AI 모델 '코GPT'를 활용해 BM을 만든다는 구상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최근 챗GPT가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카카오는 AI를 통한 수익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애널리스트들과 진행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AI가 흉부 엑스레이를 판독하는 서비스를 호주에서 출시할 것 같다"며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사진을 AI가 만드는 모델도 상반기 중 선보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도 상반기까진 성장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광고 부문의 경우 1분기부터 비즈보드, 카카오톡 채널 등을 강화하고, 오픈채팅 탭 등으로 하반기부터 성장해 최소한 작년 이상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