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원화거래소가 지난해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 속 암담한 실적을 기록했다. 5개 거래소 중 3개 거래소가 적자로 전환하는 등 대부분 거래소의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가상자산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거래소들은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사업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매출 줄었는데…광고비·인건비 껑충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는 지난해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양대 거래소로 불리는 업비트와 빗썸도 전체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60~70%대로 감소하면서 저조한 실적을 냈다.
전반적으로 거래 수수료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영업비용이 크게 늘었다. 코인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8.3% 줄어든 350억원을 기록했고 2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비용을 살펴보면 급여와 광고선전비가 각각 143억원, 108억원으로 29.6%, 20% 늘어났다.
코빗 또한 영업적자 폭을 늘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80.9% 감소한 43억원, 영업손실은 358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빗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401억원으로 2021년(253억원)보다 크게 늘었는데, 광고선전비가 29억원에서 143억원으로 급증한 영향이 컸다.
코빗은 2020년과 2021년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보유한 가상자산을 처분해 얻은 이익에 힘입어 당기순이익 흑자를 냈다. 그러나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502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는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53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556억원에 달하는 고파이 예치금이 충당부채로 잡혀 7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팍스는 고파이 운용사 제네시스 캐피탈의 인출 중단으로 고객에게 자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단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면서 원리금 상환을 위한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게 됐다. 고팍스는 지난 2월 예치금 일부를 1차로 지급했다. 고팍스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변경신고를 접수했는데,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잔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실적, 신사업으로 활로 찾는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저조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NFT, 스테이킹 신사업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국내서 최초로 스테이킹 서비스를 도입한 코인원이 그 예다. 코인원은 대표적인 자산관리서비스인 '코인원 플러스'를 통해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말 이더리움(ETH) 2.0 스테이킹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스테이킹 상품군을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자 플랫폼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명품·수집품 조각투자 플랫폼 '트레져러', 가상자산 투자 전략 거래 플랫폼 ‘트레이딩뱅크’를 만들고 있는 '타임퍼센트' 등의 지분을 취득했다.
코빗은 지난해 말 대체불가능토큰(NFT) 마켓플레이스를 리뉴얼했다. 게임부터 음악, 스포츠, 미술작품까지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NFT를 알리며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신진 미술 작가와 갤러리를 후원하는 미술 행사 ‘더 프리뷰 성수 위드 신한카드’ 개최 기념 NFT를 발행하기로 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고려 중인 신사업은 많지만, 거래소 매출이 급감한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점유율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